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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쿠 Nov 01. 2022

Principle of My Soul

도쿄로 오기까지

Principle of My Soul은 2012년 가을에 발매된 나얼의 첫 솔로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동안 나얼이 걸어왔던 음악의 길과 앞으로 본인이 걷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힌트를 준다.


2023년 4월부터 일본 영상제작 프로덕션 회사 광고 파트 글로벌 부서의 Production Manager(6~7년 차 때 광고 PD로 스탭업 하게 된다)로서의 첫 데뷔?를 앞두고 있는 나 또한 우선은 Principle of "My" Soul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초・중・고 공로상 컬렉터

초중고 졸업식 때마다 내 이름이 호명됐다. 초중고 내내 방송반 부장으로서 활약? 한 덕분에 항상 졸업식 때마다 공로상을 대표로 받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수십 번도 넘게 봤다. 자연스럽게 꼬맹이 시절 내 장래희망은 영화감독이었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교내 방송반 지원자를 모집할 때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고, 무려 세 번의 면접을 통과한 끝에 방송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 카메라와 방송 장비를 만지고 교내 아침 방송을 진행한다는 뿌듯함 때문인지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방송반에 들어갔다. 중학교 방송반 역시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 방송이었다. 점심시간과 6교시 후 청소시간에 방송반에서 음악을 틀어줬다. 그날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고, 나중에는 음악 신청함 및 사연함까지 만들어서 사연을 읽으며 음악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도 방송반에 들어갔고 이때는 음악 방송은 물론이고 UCC 공모전 및 학교 축제 홍보 영상 제작을 통해 영상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학교 축제 때는 그 당시 유행했던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포맷해서 프로그램 기획을 하는 등 좀 더 방송반스러운? 것들을 했다. 그리고 K팝스타 박성훈 PD님과의 면담과 K대학교 미디어학부 견학을 통해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나날이 커졌고, 대입 역시 신방과에 초점을 두었다.


인생의 첫 쓴 맛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신방과는 인기 학과였고 대입의 벽은 어마어마했다. 결국 재수라는 선택을 했고, 수능이 끝난 다음 달부터 재수학원 선행반에 들어가서 정말 열심히 했지만 그 해 역시 내가 원했던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주변 친구들은 모두 다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합격했기에 이 당시 좌절감과 쓴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수많은 고민 끝에, 부모님은 내가 외국어에 대한 센스가 있기 때문에 제2외국어를 공부하라고 조언해주셨고 그렇게 나는 일본 유학을 택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일로 3년간 영국에서 살았었는데 그때 영어를 잘 배운 덕분에 영어특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운 좋게(재수 때 노력을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도쿄에 위치한 명문 사립대에 합격했다.   


4년인 듯 4년 아닌 일본 대학 생활

대학교 1학년 때 시간은 일본어 공부를 고3처럼 하느라고 순삭 됐다. 그 당시 일본어를 마스터하겠다는 열정이 굉장해서 월요일~금요일 1교시~4교시 일본어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일본인이 96%였던 남자 기숙사에서 살았고 동아리도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축구부에 들어가서 일본어 인풋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그땐 기숙사와 축구부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들이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1학년을 마치고 다시 한번 운 좋게 카투사로 군입대를 했다. 하지만 운을 군대에 너무 많이 써버린 탓인지, 전역하기 1달 전에 코로나가 터졌고 일본이 쇄국정책을 2년 동안 펼친 결과, 무려 4년(군대 2년+코로나 2년)만에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2, 3학년을 보냈기 때문에 내 일본 대학 생활은 4년인 듯 4년 아닌 걸로 되었다.


급박했던 일본에서의 취직활동

잠깐 일본의 독특한 就活(슈카츠)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일본의 취직활동은 신졸(新卒) 전형으로 회사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졸업하기 전에 취직하지 못하면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이때 취직을 못하면 대학원에 진학하고 2년 후에 다시 도전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취직 잘 된다는 말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졸업하기 전에 무조건 어디든 가야 하고, 첫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나는 4학년이 되어서 일본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취직활동이 굉장히 늦은 편이었다(빠른 경우 3학년 때 내정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고작 1학년 때 열심히 배웠던 일본어로 일본 취직활동은 큰 난관이었다. 특히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제2외국어가 메인이 되는 취업 시장에서의 싸움은 매우 버거웠다. 이때 기숙사와 축구부 친구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친구들은 군대 2년+코로나 2년 사이에 이미 졸업을 하고 직장인이었다) 경영 전공&경제 부전공자로서 컨설팅 업계와 금융 업계를 목표로 삼고 열심히 문을 두들겼지만 결과는 혹독했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일본 대학에 입학을 한 이유가 졸업 후 일본에서의 취직이었고 완벽한 Trilingual로 거듭나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광고인이 될 운명이었을까?

고2~고3 학생부 독서활동의 대부분은 광고 관련 서적들이 차지했었다. 계기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라는 책이었다. 그 책이 마음에 들어서 박웅현이라는 사람을 찾아보게 되었고 Creative Director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박웅현이 만든 광고들을 보고 EBS 다큐 '시대의 초상-15초의 시대 광고인 박웅현'을 보고 광고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서 이제석의 '광고천재 이제석' 박서원의 '생각하는 미친놈'을 읽었다. 방송국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광고 업계도 분명 내가 도전해야 할 옵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였을까? 연패의 늪에 빠졌던 도중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일본의 대형 영상제작 프로덕션 회사의 광고 파트 글로벌 부서였다. 정말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했다. 왜 여태 이쪽 업계를 생각 안 하고 있었지? 어찌 보면 내가 가장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있었던 분야를 너무 긴 시간 동안 잊고 있었다.

지원한 부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광고를 촬영하고 싶은 외국계 회사들이나 일본 국내 회사들 중에서 글로벌 시장용 광고를 촬영하고자 하는 회사들이 클라이언트였다. 그랬기 때문에 영어 능력이 상당히 중요한 부서였다. 자소서는 일본어로 제출하고 2차 과제물로 '15초 자기광고'를 만들어서 제출하고 마지막으로 3차 과제물로 향후 본인이 제작하고 싶은 영상물에 대한 것을 영어로 써서 제출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게 되면 총 3번의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1차 면접 이후 바로 최종 면접을 보러 회사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행복 회로를 돌리면서 최종면접을 열심히 준비했다. 실제로 오피스에 가서 회사와 직원들의 분위기를 느끼고 정말로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1시간가량의 최종 면접이 끝나고 나오는 순간 이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시 난 2009-2010 시즌 박지성이 리버풀전 다이빙 헤딩 결승골을 기록한 직후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리고 3일 후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글로벌 부서의 첫 번째 한국인이라고 한다.


앞으로?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대학을 일본으로 갈 것이라고, 일본 광고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글로벌 부서의 첫 번째 한국인이기에 회사에서는 아마도 나의 '코리안 바이브'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더 한국의 트렌드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일을 시작하기 전이지만 그게 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일본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바이브'를 흡수하고 풍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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