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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쿠 Mar 08. 2024

나의 퇴사일지

덤덤했던 인생 첫 퇴사

2023년 12월 마지막 주에 한국으로 돌아갔다.


연말연시를 가족과 친구들이랑 함께 보내기 위해서 갔지만, 내 정신 상태 때문인지 별로 기쁘지 않았고 일본에 돌아갈 걱정이 앞섰다. 평소였다면 시간이 아까워서 매일 약속을 잡고 어디든 나갔을 텐데, 혼자 방에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1월 둘째 주에 촬영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도 회사폰으로 끊임없이 연락이 왔고, 결국 나는 충전을 하러 가서 더 방전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갔다.


2024년 1월 첫 출근일에 팀장님께 퇴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의지가 워낙 확고했기에 아무도 나를 말릴 수 없었지만 부장님과의 퇴직면담은 힘들었다.

신입으로 들어와서 1년도 채우지 않고 퇴사를 하면 내 인생에 엄청난 손해라는 등 아주 강하고 공격적인 부장님의 말씀을 1시간 20분 동안 들으면서 이곳에서 반드시 나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부장님 말씀 중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신입이 1년도 못 버티고 나가버리면 일본에서 이직은 어려워진다. 한국이었다면 다시 신입으로 써서 지원을 할 수 있겠지만, 일본에서 신입의 지원 기준은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대학생들로 한정되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이상 다시 신입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직장인 1년~3년 차 사이에 관둔 사람들을 위한 제2신졸(第二新卒) 전형이 있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다. 사람이 항상 모자란(많이 관두는) 포지션들 뿐이다. 결국 경력직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1년도 안된 나를 경력직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그리고 1년도 못 버틴 친구가 우리 회사에서는 버틸 수 있을까?라고 기업들이 생각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으로서 퇴사와 직결되는 것은 바로 비자 문제다. 퇴사를 하면 현재 남아있는 비자의 유효기간과 상관없이 3개월 내로 어딘가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물론 강제 추방을 당하지는 않지만, 퇴직 후 3개월이 지나고 나서 무직인 상태에서 일본에 남아있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비자 갱신 때 심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리스크를 생각했을 때, 이직할 곳이 결정되지도 않은 채 퇴사부터 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물론 내 머리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알아주지 않았다.


다들 퇴사를 하는 데 있어서 이유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짧게 설명하자면, 직무 내용이 전혀 나와 맞지 않았고, 나중에 피디가 된다고 한들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선배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이 맞는 동료가 없었다는 것도 참으로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목표했었던 영상 업계와 작별을 고했다.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까 그렇게 후련하지도 않았다. 다음이 전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내가 내린 결론은 일단 STOP이었고, 그렇게 2024년 2월 1일 난 인생 첫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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