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린 눈이 나뭇가지들을 하얗게 옷을 입혔다.
겨울답다.
차가운 바람에 저절로 자라목이 되지만 마음은 즐겁고 따뜻하다.
눈이 쌓인 것을 보면 목화솜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겨울이 주는 오묘한 매력이다.
어디선가 어름 공주 엘사가 나타나 “Let it go~”를 외치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라도 부를 것만 같다.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시는 날이다.
앞치마 둘러 입고 프라이팬과 편수 냄비들과 씨름을 하고 있으니 남편은 내가 등치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프로 쉐프처럼 보인단다.
피식 웃음이 났지만,
‘기다려 봐~ 맛있게 만들 테니.’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진심을 다해 갈비찜을 만들었다.
요리에 자신이 없으면 ‘정석대로 재료를 모두 갖추어 만들자’가 나의 원칙이다. 그러고 보니 내겐 유튜브가 신세계이다.
간단한 방법부터 고급스럽게 만드는 방법까지 참 다양하다.
오늘은 고급스러운 갈비찜으로 택했다.
손님 오실 시간에 맞춰 나도 치장했다. 눈썹도 그리고 드라이도 하고.
쑥 색깔 스웨터에 까만 바지까지 갖춰 입고 거울 앞에 서 보았다. 12월에 잘 어울린다.
지하 주차장에서 울린 벨 소리다.
드디어 손님이 오셨다!
조금 있으니 활짝 열어 둔 현관으로 딸내미가 두 팔 벌리고 들어오며,
하며 내 목을 끌어안는다.
딸은 그렇다. 자주 보면서도 항상 아주 오랜만에 보는 듯이 반가워 깡충깡충...
그런 딸이 귀엽기도 하고 참 예쁘다.
웃으며 뒤따라 들어오는 아들은 거실에 놓아둔 포인세치아를 보며,
겉옷을 벗어 걸어놓고 식탁으로 오더니 딸내미가 하는 말,
나는 피식 웃었다. 그 말 할 줄 알았으니까.ㅋ ㅋ ㅋ
골고루 잘 먹어주는 아들 딸내미가 고마웠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흘렀다.
해가 지기 전에 보내야 할 것 같아서 반찬 몇 가지와 국, 그리고 고기를 담아 주차장에 따라 내려왔다.
나는 못내 아쉬워 딸내미랑 부둥켜안고 상체를 흔들며 조심해서 가라는 말을 수없이 하며 있으니 조금 떨어져 서 있던 남편이,
주차장에는 차들이 들어오면서 바퀴에 달고 들어온 눈들이 녹아 물기가 많았다.
아마 남편은 그것을 보고 염려가 돼서 그렇게 말했나 보다.
나는 딸내미한테서 떨어지며,
하며 웃는다.
아들 딸내미는 차에 올라타고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연신 흔들면서 떠났다.
나는 한참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자주 보는데 왜 갈 때마다 마음이 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헤어짐이든 작은 헤어짐이든 헤어짐은 늘 맘이 그렇다.
뭔가 허전한... 아쉬움? 섭섭함? 뭐 하여튼.
문득 돌아가신 울 엄마가 떠올랐다. 내가 엄마 집에 와서 밥만 먹고 하룻밤도 같이 지내지 않고 떠났을 때 내성적인 엄마는 조용히 따라 나왔다.
하며 낡은 나무 대문 밖 가로등 전봇대 옆에 서서 한참 동안 서 있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내가 떠난 뒤에도 엄마는 한참을 서 있었을 것이다. 마음속에 섭섭함이 사그라질 때까지….
내가 지금 그러고 서 있으니까.
책으로 체험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인생일 것이다.
딱 그 나이에 내가 와봐야 그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자식은 목숨 같은 존재이다. 나에게는 특히 만년 귀한 손님이기도 하다. 그런 손님이 오늘 내게 왔다 갔다.
12월이 되니 더욱 귀한 손님이 반가웠다. 올해도 잘 보낸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 타고 찾아와 선물을 놓고 가지 않더라도 토요일에 찾아와준 아들딸이 12월에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이다.
내 엄마가 살아 계셨었다면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방금 차가 떠났는데 벌써 보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자식은 향기로운 꽃이 맞다.
누군가 내게
라고 대답할 것 같다.
지금 나는 향기에 취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