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 한 방울

차가운 물 한 방울

by Everett Glenn Shin

처음 눈을 떴을 땐, 살아있다는 사실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혀끝은 무뎌 있었고, 온몸의 감각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무언가를 삼킨다는 당연한 행위조차 할 수 없게 된 나는
코를 통해 연결된 관으로 약과 식사, 물까지도 공급받았다.

그렇게 며칠, 혹은 몇 주를 지내자 혀끝은 마비되고, 삼킨다는 동작이 낯설어졌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몸에서 빠져나가면,
삶은 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어느 날, 엄마가 면회 시간에 몰래 물 한 방울을 입에 떨어뜨려주었다.
스포이드 끝에서 맺힌 투명한 방울이 혀끝에 닿자
차가운 감촉이 번개처럼 온몸으로 퍼졌다.
폐렴 위험 때문에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지만,
그 몇 방울의 물이야말로 나를 다시 ‘이쪽 세계’로 불러낸 신호였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깨어났다.
입안을 적시고 목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함이, 잊고 있던 생명의 리듬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도, 나는 물을 마실 때마다 그 감각을 떠올린다.
살아있다는 건 이렇게 사소한 일의 연속이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거대한 기적이 아니라,
차가운 물 한 모금이 목을 적시는 그 짧은 순간의 총합이었다.
그 이후의 나날들은 그 감각 하나로 이어졌다.
나는 그렇게, 다시 ‘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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