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젊은 아카시아나무 가지에 매달린 꿀 가득 품은 고불고불한 술 장식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 본 적 있어?
내 아버지는 벌치기, 그래서 나에겐 아카시아꽃만큼 아픈 꽃은 없지
나의 피는 유목일까
발 헛디딘 적 많아 긴 평생의 하룻밤, 아직도 나를 비애하고 있는 거지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는데 왜 아버지 생각이 날까
저녁과 아침, 새벽과 밤의 순서대로 말미를 보내고 봄이 오면 남쪽으로 떠날 것이라고 -나는 말한 적 있었네 이듬해 돌아오면
검고 긴 나뭇가지들 사이로 들어가 본 적 있어?
올리버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해
시의 숲으로 들어가고 싶었어
아니 차라리 시를 놓아주고 싶었지
나를 방치해 온 시간
몇 년의 날씨가 필요할지 모르겠어 당분간 십이월은 이르고
죽음으로
숲으로
나에게로
더 다가가지 못해 나무를 앞세워 걷는 일
흰 꽃잎을 따 먹는 일
빠져들어 빠져들어
이봐, 그저 조금씩만 숨을 쉬면서 그걸 삶이라고 부르는 거야?
나의 길은 방황, 나로부터의 방황
이제 돌아가고 싶다고 했을 때
발 앞에 돌멩이 하나
나는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슬픔은 늘 새것인 양 내일이 태어나는 순간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