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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미화 Nov 17. 2024

유자


  선생님 바다보세요 오늘은 유자 생각을 한참 합니다 바닷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제 가시에 찔려 상처를 남기는 야생 유자, 껍질의 까뭇한 점들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말해줍니다 북풍이 몰아치는 날들입니다 일몰의 시간까지 단단해지는 유자를 바라보는 생활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첫서리가 내렸습니다 끝끝내 단맛을 들이지 않는 과육, 두꺼운 외피에 모든 것을 담는 생도 있습니다 껍질은 얼었다가 녹으며 노란 색에서 더 짙은 색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오베르의 언덕을 오르내리며 노란색을 완성한 화가가 있지요 그가 이 열매를 그렸으면 어땠을까 지금 눈 앞에는 거대한 선박들이 신의 신발처럼 떠 있습니다 이곳이 영원의 언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 발자국이 닿지 않는 곳, 띠풀이 물드는 일몰을 지나 밤이 되면 유자씨를 골라내고 즙을 짜는 일을 하려 합니다 삼베천에 탕약을 짜내듯 그 유액을 조금씩 내어주는 겨울의 의문을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먼 바다에 신의 신발 한 짝이 서서히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바람의 방향을 타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언덕에서 유자씨를 물고 서 있는 날들 입안이 향그롭고 무척 미끄럽습니다 더 먼 곳에 마음 가닿으려 남쪽 바다를 따라 나서면 일몰이 먼저 저의 어깨를 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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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ok1210@naver.com 
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시를 욕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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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자 / 석미화 시인|작성자 이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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