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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미화 Nov 17. 2024

나의 식물성

  노루귀꽃을 보고 탄식하는 동안

  킬레나무와 사랑을 나누는 방드르디를 꺼내들었다


  나뭇잎은 나무의 허파, 허파 그 자체인 나무, 그러니까 바람은 나무의 숨결


  무엇이 그를 나무와 사랑을 나누게 했을까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그 하랑하랑 

  느랑느랑, 풀어놓는 흰 빛

  나는 노루귀꽃을 몸짓으로 안아보았다


  고독은 아름다운 형벌


  호흡을 느끼고 영혼을 쓰다듬고 무릎 꿇고 다시 주저앉는 일 시간이 흘러 알 수 없는 눈물 


  나무와의 밤

  꽃과의 낮 

  나의 식물성과 이제 맞닿은 것이지


  반죽음이 된 후에야 신을 찾아나서듯

  몸의 소문에 구색을 갖추기는 싫은 것이지  


  킬레나무와의 사랑을 한 사람은 방드르디가 아닌 로빈슨,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착각했을까


  로빈슨의 종 방드르디, 방드르디

  나이테처럼 그 이름을 떠올리며 살았다  


  어느 섬을 오르면서

  하루종일 노루귀 솜털을 쓸어주며 신음을 낼 수 없을 정도로 터치


  귀를 번쩍 들어올리는 순간을       


  혼자가 넘쳐날 때 꽃들의 입으로 숨을 쉰다


  나의 일이 땅에 눕고

  하늘을 향하는 일임을 알았다


  나비처럼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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