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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미화 Nov 17. 2024

귀룽나무

  저 높이가 왜 불 같지

  초록이 붉은 것보다 문득 뜨겁다


  나무 둥치가 잎을 밀고 나오기 시작할 때 

  연두를 거치지 않고 초록으로 냅다 번지고 있는 기운; 귀룽


  밤낮없이 쏟아져 나오는 혼란은 출렁거린다  


  저런 속도가 있다니  

  구름나무라고도 불리는, 들판을 질러가는 푸른 밤이 궁금해지고 

  흥건히 입 안에 고이는 것이 있다


  깊은 산골짜기에 자란다는 나무가 나의 이마 위로 어른거리고 


  흐드러지는 건 꿈이 말하는 방편이 아닌 것, 소스라치게 뻗어오른 산물 냄새가 아스팔트 양쪽으로 그득하다  

  허공이 초록을 삼키다 받아내는 수목한계선 

  틀어막고 있는 말을 뱉으라고 뱉어내라고 


  숲을 뒤로하고 일갈했다

  더 이상 밀리지 말 것   


  흰털귀룽 차빛귀룽 녹털귀룽이라는 꽃술의 의견 묻지 않아도 구름이 흩어지는 골짜기, 알 수 없는 나의 체증을 다스리고 있는 뜨거운 초록


  총상총상 새들이 구름나무에 앉으면 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잎맥을 실토하는 문맥이 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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