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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미화 Nov 17. 2024

연희동

  폭염에 살구 한 알을 들고 가는 꿈이었다 살구는 악몽을 이끄는 따뜻한 알일까 나는 깨뜨리지 않으려고 손안의 열기를 가라앉혔다


  온몸이 멍들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무름병, 이유없이 검은 입속을 열어 보이고 떠나온 것처럼


  우리는 이곳을 이미 찾아온 사람인 듯 이제는 그곳이 없는 듯 이상한 주소를 들고 서성였다 


  그림자가 우거져 있고 담이 높아 보이지 않아요 나는 망친 얼굴을 손에 들고 있었다 


  돌이 날아오르던 그 골목은 꽃을 버리고 싶어서 능소화가 짓무르는 동안에도 향기는 진동하고 


  손바닥이 터져 꿈 밖에서는 묽은 피가 자주 흘렀다 줄줄 흘러 폭염 속 얼음을 머리에 이고 있으면


  아름다운 동네지요, 누구의 말이었나 속살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골목들


  돌이 죄다 무너진 담장을 굴리듯 자꾸만 살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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