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꽃을 보고 탄식하는 동안
킬레나무와 사랑을 나누는 방드르디를 꺼내들었다
나뭇잎은 나무의 허파, 허파 그 자체인 나무, 그러니까 바람은 나무의 숨결
무엇이 그를 나무와 사랑을 나누게 했을까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그 하랑하랑
느랑느랑, 풀어놓는 흰 빛
나는 노루귀꽃을 몸짓으로 안아보았다
고독은 아름다운 형벌
호흡을 느끼고 영혼을 쓰다듬고 무릎 꿇고 다시 주저앉는 일 시간이 흘러 알 수 없는 눈물
나무와의 밤
꽃과의 낮
나의 식물성과 이제 맞닿은 것이지
반죽음이 된 후에야 신을 찾아나서듯
몸의 소문에 구색을 갖추기는 싫은 것이지
킬레나무와의 사랑을 한 사람은 방드르디가 아닌 로빈슨,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착각했을까
로빈슨의 종 방드르디, 방드르디
나이테처럼 그 이름을 떠올리며 살았다
어느 섬을 오르면서
하루종일 노루귀 솜털을 쓸어주며 신음을 낼 수 없을 정도로 터치
귀를 번쩍 들어올리는 순간을
혼자가 넘쳐날 때 꽃들의 입으로 숨을 쉰다
나의 일이 땅에 눕고
하늘을 향하는 일임을 알았다
나비처럼 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