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의 자두 Jun 27. 2023

2023 상반기 성과 면담 후기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사진 출처 : unsplash


'자두야, 오늘 오후에 시간 되니?'


출근한 지 1시간도 안돼서 날아온 카카오톡 메시지. 팀장님의 연락이었다. 점심시간 직후에 주간보고를 마치면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된다는 답장을 보냈다. 왜 갑자기 프로젝트 사무실에 방문하신다는 건지.. 그냥 잘하고 있나 하고 오시는 거겠지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난 후 프로젝트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 카페에 팀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평소 같으면 음료와 함께 앉아계시는데, 그날은 태블릿 PC와 함께 앉아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고 팀장님은 프로젝트 사무실에 방문한 이유를 알려주셨다. 회사에서 매년 진행하는 상반기, 하반기 면담 중 하나인 상반기 면담 시즌이라는 것이다.


입사 후 처음 가지는 면담이자, 갑작스러운 면담 공격에 당황했으나 애써 웃었다. 미리 귀띔이라도 주셨으면 준비라도 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팀장님은 첫 질문을 던지셨다.


"그래, 자두 네가 생각했을 때 상반기 너의 일에 대한 능력치는 작년보다 나아진 것 같니?"


훅하고 들어온 공격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3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당연히 작년보다는 나아졌지만 내입으로 이야기하기엔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네,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


사실이다. 작년의 나를 떠올려보면 할 말이 없는 수준의 초급 기획자였다. 그것도 개발 경력이라는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형편없는 실력의 기획자, 그게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록 3개월 밖에 안된 PM이지만 작년과는 비교하기엔 나를 너무 깎아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대답에 팀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셨고 평가를 하기 위한 질문들을 계속 던지셨다. 질문마다 뼈가 있는 것 같아서 움찔했지만 나를 낮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팀장님의 표정은 나의 대답이 못마땅한 것인지 좋지 않았다. 20분 정도의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난 뒤에야 평가 질문은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팀장님의 조언 시간.


"네가 기획자로써는 1년 6개월 밖에 안되었다고 해도 우리 회사가 개발자라는 경력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너의 기획 경력과 실력은 7년 차여야 해. 그런데 아직도 6,7년 차의 실력이 안 나오고 있다는 부분이 아쉽다."


아무리 개발자 출신 경력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기획자 퍼포먼스 수준을 7년 차를 원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회사는 나에게 높은 기획력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팀장님과 회사의 눈이 높은 건 진작 알고 있어서 어떻게든 따라가기 위해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PM 하고 있는 와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도 PM과 기획을 같이 하고 있었고 온라인 강의까지 등록하여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다. 팀장님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나의 노력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번아웃이 먼저 올 것 같은데요?


"이번 프로젝트 PM은 정말 너에게 좋은 기회야.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고. 밑에 후배들 리드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그냥 시간 흘러가는 대로 지내지 말고 잘해봐. "


'네.'라는 말과 함께 팀장님은 다음 면담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다시 프로젝트 사무실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앞으로 어떻게 어떤 부분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 화면기획서 수정하는 것, 끝도 없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후배 서포터 등.. 이걸로 만족하지 말고 더하라는 말. 아직도 나는 회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직원이었다. 퇴근 후 돌아오는 길. 내가 너무 남들의 기준치에 맞춰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기준에 맞춰 빠르게 올라가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은 현실에 한숨만 나왔다.


얼마나 더 잘해야 그 기준치를 맞출 수 있을까?

남들이 말하는 기준치를 맞추면 나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기획자로 인정받는 걸까? 

도대체 잘하는 기획자의 기준은 어느 정도 일까? 그 기준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면담 한 번에 생각은 끊이질 않고 이어진다. 남들의 기준을 어디까지 맞춰야 내가 편해질까? 이러다가 개발자를 관뒀듯이 기획자도 관두는 게 아닐까? 그러기엔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 고개를 젓는다. 너무 나약한 생각인 것 같아 다른 생각을 떠올려보지만 머릿속만 더 복잡해질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이드 프로젝트가 너무 재밌는데 어떡하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