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아웃풋을 내기 위한 협업 능력 향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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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팀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디자이너는 기획자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금이라도 좋은 아웃풋을 내기 위해 남은 과업들에 대해서는 자두 씨와 제가 많은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또.. 이렇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윗분들이 팀장님한테 저 사람 일 괜찮게 한다고 전해주기도 하고요..."
같은 팀 디자이너가 인사평가 마무리 기간에 들은 팀장님의 말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이전 과업들을 떠올려보니 나와 디자이너의 대화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로 개발자와 소통을 많이 했는데,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기획을 하면 개발에서 안될 수 도 있기에 기능 구현 여부 혹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소통이었다. 사실 디자인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먼저 구상해서 주었고 그에 맞춰서 세부 디자인을 작업하는 게 우리 팀 디자이너의 역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해주지는 않았다.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을 기획에서 재정의 > 고객에게 제안 > 고객 최종 확인을 거쳐서 작업을 했었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디자이너와의 대화는 해당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이슈 해결이 주된 대화였다.
현타를 맞고 반성할 시간은 최소화하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1. 초기 기획이 완료되면 디자이너와 함께 보완해야 할 부분을 체크한다.
유저의 서비스 이용 동선을 예측하여 필요한 기능의 위치 등을 점검하고, 해상도에 따라 발생할 케이스들도 확인하여 기획을 개선한다.
2. 고객이 던져준 디자인 시안은 참고용이다.
던져준 시안을 분석하여 개선해야 할 부분을 기획에서 정의한다. 개선한 기획안을 고객에게 전달 후 피드백이 오면 1차로 기획자가 먼저 확인 후 피드백을 적용한 기획안을 2차로 디자이너와 함께 확인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고객이 준 피드백과 동떨어진 기획으로 인해 디자인까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피드백을 최대한 지키는 선 안에서 기획을 해야 한다. 간혹 고객이 피드백 내용에 과업과 거리가 있는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고객에게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전 프로젝트에서 고객이 서비스와 거리가 먼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있다. 고객이 해달라고 했으니 해줘야지 하고 추가했다가, 오픈 후 해당 기능은 필요 없는데 왜 추가했는지 모르겠다며 빼달라는 문의를 받아본 적이 있다. 이때 배운 것이 기획자는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3. 커뮤니케이션이 많지 않은 기획자 = 일 못하는 기획자
회사 기획자 선배들은 커뮤니케이션 없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반드시 큰 재앙을 맞는다고 말해주었다. 정말 다행히 재앙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현재 프로젝트 진행 중에 유저를 배려하지 않은 디자인에 대해서 말이 나왔던 적이 있었다. 이때 기획 진행 시 디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는데, 왜 나는 지금 프로젝트에서 실행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컸다.
4. UI/UX에 대한 감각 향상하기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UI/UX에 대한 감각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인사고과에서 아쉬웠던 부분인 UI/UX 감각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다른 기획자와의 수준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이런 감각을 키우는 데에는 나 스스로 UI/UX 트렌드 익히기, 레퍼런스 찾아보기 등의 별도 공부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면서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이너와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었는데 (회사에서 일할 때 반만이라도 했다면....), 이때 디자이너들이 내 업무 감각 향상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많이 주었다. 업무에 적용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5. 선배 기획자들의 평가 베이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점검차 본부장님이 오신 적이 있는데 대리님 한 분이 자리를 비운 사이, 본부장님이 작은 목소리(그럼에도 우리는 다 들었다...)로 '저 OO 대리는 어때? 일 괜찮게 하나?'라고 물으셨다. 다행히 그 사원은 본인 몫을 잘 소화하고 있었기에 선배 기획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윗사람들이 기획자를 평가할 때는 서비스의 품질만큼이나 중요시 보는 것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일 괜찮게 한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나는 아직 갈길이 먼 기획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햇수로 3년 차가 된 기획자다. 하필 경력의 절반 이상은 개발자 시절인지라 두 가지 업무를 다 잘하길 바라는 시선들이 많다. 다 잘할 수는 없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최우선으로 잘하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정보를 얻기 위해 브런치를 순회하다 보면 정말 능력 있는 기획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도 저 사람처럼 기획도 잘하고 인사이트도 많고 글도 잘쓸 수 있을까?라는 부러움이 큰데, 나라고 못할 것은 없다. 능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잘하는 기획자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