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제대로 타보네.
올해도 지난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기획자라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은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 빠른 것 같다.
올해는 매일매일이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기획자라는 업이 나와 맞는지에 대한 고민과 맞물린 올 한 해를 회고하려고 한다.
올해 2월 나는 금융사 운영팀에 합류했다. 회사에 누누이 운영 투입만큼은 최대한 하지 말아 달라고 팀장님께 고민과 함께 말씀을 드렸는데,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팀에 합류했다.
초반인 2월부터 8월 까지는 일이 어느 정도 있었으나, 최악은 9월이었다. 고객사의 재정난으로 운영 계약 기간까지 단축되면서 업무 요건이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아침 8시에 출근 후 개인 공부만 하다가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일이 없을 땐 힘들다는 것이 운영의 큰 단점 이긴 한데,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결국 9월 말까지 지옥의 시간을 보내고 마무리를 하였다.
입사 때부터 나의 사수들은 프리랜서 기획자 분들이었다. 그분들을 통해 기획자의 업무를 배웠다. 드디어 10월에 일을 가장 잘한다는 회사 직속 사수들과 구축 프로젝트를 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란..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나를 제외한 기획팀 세 분은 오래전부터 프로젝트를 해봤던 사람들이기에 뉴비인 내가 그들의 평상시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도록 팀장님께 건의를 하여 프로젝트 착수 전까지 회사 내 빈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축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전 작업들을 진행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마음은… 12월 현재, 나는 다시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일은 어려우면 부딪히면서 배우면 된다. 그런데 사람과의 트러블은 다르다.
기획자로써 구축 프로젝트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봐준 것인데, 업무 실력이 최악이라며 프로젝트 시작한 지 5일 후 나는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었고, 지금까지 하는 일은
회의실 예약 요청이 들어오면 예약 후 메신저로 보고하기
퇴근 전 선배들이 사용하는 업무 다이어리, 태블릿을 수거하여 잠금 캐비닛에 넣어두기
모든 업무는 사수들이 하고 있었고, 자료 공유도 사수들끼리만 이루어졌다. 메신저에는 내가 빠진 방이 있었고, 내가 실수하거나 답답한 행동을 하면 사수들의 분노의 키보드 소리는 커졌다. 사수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나의 실력에 대한 원망이 나를 짓누르고 힘들게 하는 것과 더불어 투명인간이 되어 “커피 마시러 같이 가자”라는 소리도 듣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 고통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 마저도 못하게 만드는 원흉이 되어 나는 내 발로 다시 정신과를 방문했다.
이 프로젝트가 끝이 나면 이직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친한 지인에게 이직 후 개발자로 복귀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이력서를 보냈고 지금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혹여 잘되지 않아도 나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기획자 삶을 시작한 이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프로젝트 멤버들이 모두 현생에 치여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그래서 잠시 프로젝트를 쉬기로 결정했다.
별거 없는 것 같은 한 해였던 것 같지만 나에게는 미래에 대한 큰 고민을 하게 한 해였다.
2025년의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려도 좋다. 인생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세상에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널렸다.
너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고
기세로 밀어붙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