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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박사 Dec 20. 2022

재벌 회장의 3 심 - 욕심 의심 변심

얼마 전, 모 그룹의 계열사 사장으로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김 대표, 그때 얘기한, 그 재벌의 3심, 욕심 의심, 또 뭐지?' 

'변심 말이야? 왜?' 

'아냐, 그냥 번득 생각이 났어.. 거 재밌네 ㅋㅋㅋ'

'그래, 넌 지금 욕심 단계니까, 더 열심히 해'


재벌 회장의 3 심.  대기업에 다니는 동안, 재벌의 3심, 즉 욕심 의심 변심이라는 얘기는 수차례  들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드라마에서 이 얘기가 주인공들 사이에서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 작가님들도 이런 세간의 얘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쓰나 보다.


하기야 예전에 어떤 재벌기업에 근무할 때, 외부강사의 강의를 듣는데 (이분 시간당 강의료가 2백만 원이었다. 10 년 전이니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될 듯). 그런데, 그분의 강의 내용이 술자리에서 하는 농담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조직이 해병대 고려대 호남향우회라는 둥, 여자가 제일 싫어하는 얘기가 축구 얘기, 군대 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둥… 이런 얘기 전달하고 그 많은 강의료 받아도 되는 건지..


근데 다시 욕심 의심 변심 얘기로 돌아가면..  이런 얘기가 처음 나온 배경에는,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재벌 기업의 외부 인재 영입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한때, 아마도 IMF 이후에, 재벌기업에서는 외부 전문 인재 영입이 유행이었다. 당시에는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주로 외국계 은행, 컨설팅 회사, 외국 회사 등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인재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인재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인재라는 사람들의 실체가, 그것도, 한국 기업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재벌 기업에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는 외부 인재 영입이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기업 임원은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서 10년, 20년 한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재벌 회장님들이, 외부에서 (엄청난 홍보 뉴스를 곁들여서) 인재를 영입하는데, 몇 년 지나면 그분들 회사에서는 좌충우돌, 업무는 진전이 없고,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의심'이 시작되는 것이다.  외부 인재에 대한 욕심으로 영입을 하고 나서 몇 년 지나면, 이 사람 정말 실력이 있는 건지, 재벌기업에 도움이 되는 건지,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때쯤 되면, 그동안 회장님 눈치만 보고 있던 기존 수구세력의 임원들로부터 질투가 시작된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되고.. 그러면 그 재벌 회장님의 의심이 변심으로 자연스레 변화하고 이는 이별로 이어진다.


이 얘기 잘 들어보면 남녀 관계 같지 않은가? 처음에 욕심으로 만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의심을 하다가 결국 변심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런데…


이게 의미를 좀 바꾸면 아주 좋은 시나리오가 된다. 즉, 회사 입장에서 보면, 욕심이란 소위 말하는 stetch goal이다. 지금보다 좀 더 과한 목표를 잡고 노력할 때 발전이 따라오는 것이다. 의심이란, 기존의 practice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더 나은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전문 용어로 (?) as-is에 대해 의심을 갖고, 새로운 방법, 즉 to-be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 새로운 to-be 가 잘 기획된 '변심'이 되어야 한다.  변심이란, 결국 변화 없이 생존은 안된다는 기업의 진리와 부합한다.

 

재벌 회장과 전문 경영인의 관계를 일컫는 말 중에, "너무 가까우면 타 죽고 너무 멀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다음 어떤 드라마에서 언급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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