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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박사 Apr 05. 2023

내 인생의 코치는 누구인가?

책 안에 그 답이 있을까?

인생을 교과서 데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며칠 전 출장을 가려고 인천 공항에 들렀다. 지난 몇 달간 출장이 많다 보니 대한 항공에서 제공하는 영화는 대부분 다 본 것 같다. 이번 여행 중에는 좋은 책을 읽어보겠다는 다짐으로 서점에 들어갔다. 최근엔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다 보니 실제 서점에 들른 게 참 오랜만이다.


새삼 새롭게 느낀 건 ‘돈 버는 법’에 대한 책이 유독 많았다. 아마 예전에도 그랬는데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책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책은 인생 사는 법에 대한 얘기다. 작가의 면면을 보니, 그렇게 본받을 만한 인생을 산거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세상 트렌드에 대한 책 들이다. 올해는 이런 이런 것들이 유행할 거다, 뭐 그렇고 그런 스토리. 더욱이 못 봐줄 건, 영어 스펠링의 첫 글자를 따서 올해 트렌드를 영어단어로 정리한 것이다. 올해는 RABBIT가 그 트렌드라는 둥. 억지로 끼워 맞춘 단어를 쫓아가는 게 진실로 그해의 사회 트렌드일까? 뭔가 주객이 바뀐 느낌이다. 그나저나, 올해의 트렌드 얘기하신 분들, 그 해가 지나고 나서 실제 얼마나 그 트렌드가 맞았는지 검증은 해보는가?


그런데, 이런 책 들이 많이 출간된다는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첫째 돈을 벌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며, 인생을 잘살아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인생이 누가 얘기해 준 데로, 교과서에 적힌 데로 살 수 있는 것일까?


예전 미국에 살 때 PGA 선생님께 골프를 배우는데 이분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다. 어떤 스포츠 종목을 망라하고 골프만큼 교과서가 많은 종목이 없다고 한다. 그 얘긴 그만큼 어떤 레슨 교과서도 맞는 게 없다는 것이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 신체 조건이나 능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딱 맞는 레슨 법은 없다는 것이다. 결론은, 자기한테 일대일 레슨을 받으라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키 메시지는 어떤 교과서도 교과서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


우리의 인생살이도 그런 것 아닐까. 돈 버는 방법이 그 책에 나온 데로라면, 이 세상 누구나 다 부자가 되어있어야 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그런 서적을 열심히 읽는다. 부자가 되겠다는 희망을 안고.


다만, 이런. ‘참고’ 서적의 의미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참고 서적은 말 그대로 참고 서적이다. 그런 참고할 내용이 내 무의식에 남아있다면, 인생에서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람은 보고 들은 것은 금방 잊어버린단다. 다만, 느낀 것은 계속 남는다고 한다. 오늘도 새로운 독서와 함께 새로운 느낌을 쌓아보자.


그래서 최근에 난 경제 경영 도서는 거의 읽지 않는다.  이런 책의 저자들은 인생 목표는 돈을 벌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이 성공의 잣대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철학은 내가 배우고 싶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심리학 인문학 등의 서적이나 소설을 통해서 얻는 가상의 경험을 더 선호한다. 가끔은 김형석 교수님처럼 인생을 오래, 먼저 사신 분들의 에세이를 통해 그분의 경험이나 지식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내 인생을 이래라저래라 가르치려 드는 어떤 노교수님의 수필집은 아예 손절한 지 오래되었다.  시간이 나면 이석원의 수필집처럼 그냥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또는 눈물 나게 하는 그런 우리 일상의 이야기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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