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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Jul 26. 2023

게임의 교육적인 활용은 어떻게 가능한가 (3)

사례로 보는 성과와 한계

게임을 교육의 보조 도구로 활용한 사례
 
     게임 중에서 '고도 전략 게임'은 시간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소재다. 그런데 교육기관에서 게임을 활용하여 교육을 하는 것은 잘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문학과 영화 콘텐츠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장면은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문학작품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내용을 해석하고 주제를 정해 토론하는 수업은 흔하다. 하지만 게임은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하는 콘텐츠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크롬북이나 태블릿으로 또는 컴퓨터실에서, 각자가 게임을 하게 할 수는 있지만 같은 시간을 하더라도 각자 경험한 편차가 매우 크다. 고도 전략 게임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기존의 학교 교육환경에서는 게임 자체를 교육에 활용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게임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교육은 게이미피케이션이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는 분야다. 특히 초등학교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재밌게 참여하며 배울 수 있도록 게임적 사고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은 일상적으로 보드게임을 접하고 있다. 보드게임 중에서는 교육적인 게임들이 많이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수업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입시가 가장 중요한 시기기에 초등학교만큼은 활발하지는 않다.
     실제 사례는 인터넷 검색으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공동체 놀이는 여전히 최고의 아이스브레이킹이다. 대개 몸을 쓰는 활동이 많아 활발한 수업 분위기를 만들기 좋다. 보드게임은 지식 습득, 전략적 사고 익히기, 문제해결력 향상, 소통 연습, 시뮬레이션 등 게임의 기능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도구다. 2016년 프로그래밍(코딩) 게임을 시작으로 교육용 보드게임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모든 학생이 스마트 기기(크롬북 또는 태블릿)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참여형 온라인 플랫폼(카훗, 멘티미터, 패들렛 등)도 흔하게 사용한다. 에듀테크, 참여형 소통 도구 등으로도 불리며, 강의나 워크숍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활용 사례로, 세계시민 수업에서 보드게임 '팬데믹'을 활용했다. 만약 내가 게임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근절하기 위해서는 초국적인 협력과 여러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열심히 설명했을 것이다.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서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의 특징을 활용하면 훨씬 더 재밌으면서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고 소감을 나누면 학생들 스스로 '초국적인 협력'과 '전문가들의 협업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 있게 된다. (2시간짜리 블록수업에서 1시간은 게임을 하고 1시간은 토론을 진행하였음)

보드게임 '팬데믹'을 활용한 세계시민 수업


민주시민교육에서 활용한 사례. 왼쪽부터 카훗, 멘티미터, 패들렛


 
게임을 직접적인 교육의 도구로 활용한 사례

     대안학교에서는 대개 교육적인 목적이라면 자유롭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소재로 어떻게 하면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1년 동안 지속하는 활동이었기에 기간에 걸맞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했다. 동시에 청소년들이 해낼 수 있어야 했다. 고민 끝에 보드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활동을 기획했다. 


- 즐거운 재미를 넘어 도전의 재미, 보람의 재미도 느껴보자!

- 재미 소비자를 넘어 감동 생산자가 되자!

- 인생의 관객에서 주인공으로, 주체적인 사람이 되자!

     위의 세가지 교육목표를 가지고 16~17세 청소년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했다. 1주일에 하루(8시간)를 통째로 써서 1년 동안(36차시) 하는 밀도 높은 활동이었다. 보드게임의 기획, 디자인, 제작, 테스트 및 밸런스 조정 등 모든 것을 학생들이 직접 했다. 두 달 동안 보드게임의 종류와 메커니즘 조사하고 다양한 보드게임을 경험했다. 이후 한 학기에 1개씩 총 2개의 게임을 제작했으며 이외에는 학생들의 욕구에 따라 보드게임페스타 아마추어작가전 출품, 보드게임 대회 참가, 제작한 보드게임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총 3회(2018~2020년) 진행했는데, 매 년 학생들의 활동 만족도는 매우 높았으며, 교육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보드게임에 대해 공부하는 초반 두 달 동안, '놀기만 하는 것 같다'는 주변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학생들 스스로도 여러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재밌긴 하지만 의미 있는 활동인지 헷갈려했다. 이 시점에서 교육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게임을 할 때마다 "재밌었다!"하고 그냥 끝내지 않고 함께 리뷰를 했다. 재미 요소(게임의 목표, 메커니즘과 규칙, 실력과 운의 조화), 콘셉트(게임 대상, 시간, 디자인, 캐릭터, 인원), 기타(부피, 가격, 크기, 유사작품 등) 카테고리로 분석을 했다. 이 해석작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이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점점 달라질 수 있었다. 누구나 좋은 게임을 경험하면 의미 있는 감상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함께 해석하는 과정이 있으면 의미를(배움) 극대화할 수 있다.

     보드게임을 실제로 제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진진척이 더뎠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를 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기획을 아예 갈아엎기도 했다. 기획을 계속 수정·보완해 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때마다 지나온 과정들을 복기했다. 우리가 경험한 게임들과 남긴 분석들을 돌아보고, 첫 프로토타입에 비해 발전한 점을 확인하며 다시 동기부여 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시간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점점 보드게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면서 숙련도가 쌓이게 되어 조금 더 나아진 메커니즘과 콘셉트를 만들어 나갔다. '게임을 만드는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매 년 프로젝트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활동 소재가 학생들이 좋아하는 '게임'이었다는 점이 컸다.

2018년 학생작품 1.라스트베틀필드(좌) 2.퍼술(가운데, 우측)


2019년 학생작품 1.두 개의 선택 2.미니머니모


2020년 학생작품 1.광신도(좌) 2.땅콩(가운데, 우측)



직접적인 활용의 한계


     첫째. 디지털 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게임을 직접적인 교육의 도구로 사용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기획할 때, 처음 생각했던 것은 디지털 게임이었다. '삼국지', '디스 워 오브 마인'같은 좋은 게임을 가지고 교육과 접목시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1년 기간에 걸맞은 교육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빠르게 바뀌는 관심사를 감안하면 한 개의 게임으로는  한 달을 넘게 할 수는 없었다. 여러 게임들을 옴니버스식으로 경험하고 전체를 연결하는 주제를 찾는 것도 생각해 봤으나 난이도가 너무 높아 보였다. 그렇다고 모바일이나 디지털 게임을 만들기에는 재능과 기술이 없는 상황이기에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물론 아주 단순한 수준의 게임은 공부와 훈련을 통해 제작할 수도 있겠으나, 학생들 스스로 '괜찮네. 재밌네.' 할 정도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방 흥미가 떨어져버릴 것이다.

     둘째. 아무리 재밌고 좋은 게임이라도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게임이 되기에는 쉽지 않다. 보드게임 제작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나의 바람이 있었다. 학생들이 보드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하는 모바일 게임을 보드게임으로 대체하고 싶었다. 우리 프로젝트 학생들에게 학교에 보드게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많은 학생들이 좋은 보드게임들을 즐기면서 소통력, 끈기, 협동심 등을 기르는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드게임하는 문화 만들기는 실패했다. 보드게임이 모바일게임의 편의성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다. 모바일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잠깐의 틈만 있으면 혼자서 잠깐이라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사람을 모아야 하는 점, 그리고 최소 20분 이상은 시간이 걸리는 점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 어려워했다. 가끔 자유시간이 주어지거나 수업이 일찍 끝날 때 친구들을 모아서 보드게임을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교육의 보조적인 역할로서의 게임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직접적인 교육의 소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게임은 교육적으로 활용될 충분한 요소들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게임의 교육적인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해외 사례도 살펴보겠다. 추가로 당장이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도 제시해 보겠다.

  다음글에 계속...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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