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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Mar 31. 2024

그건 아니지요~

그 순간 나는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

- 아, 그런 아니지요.

- 이걸 맞다 아니다로 결정할 문제인가요? 각자 판단에 따라 달리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 이건 맞고, 틀렸다는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하는  태도의 문제에서 서로 감정이 상한 것 같아요. "


우리 팀과 타 팀 직원 간에 다툼이 있었고 타 팀에 팀장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 타 팀 팀장은 화가 나 말했다.


" 에이~ 그건 아니죠. 전 그렇게 일 안 해요. 그 정도 센스는 있었야 하는 거 아닌가요? "


" 아, 그렇죠. 센스가 있고, 팀장님처럼 훌륭히 일 처리 잘하면 참 좋겠지만 아직 서툰 직원들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때가 있더라고요. "


" 그러니 잘못한 거죠.  그러니 왜 그런 잘못을 했어요. 그리고 뭘 기다려요. 여긴 학교가 아니라 회사예요. "


" 저희 직원이 잘못한 건 아니에요. 이건 틀린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일방적으로 저희 직원만 한 게 아니에요. 먼저... "


" 에이~ 그건 아니죠.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저도 예전에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전 참았어요. 직장 생활하면서 그 정도도 못 참아서 되받아쳐요? "


" 그건 그 팀 직원에게도 말하셔야 할 부분인 거 같네요. 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드린 거고, 제 팀원에 피드백은 제가 할 테니 팀장님께서도 직원에게 피드백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직원은 말만 당사자에게 했고, 그 팀 직원은 글까지 이미 적어서 올리셨더군요. "


" 네, 제가 일하다가 일어난 사실은 전부다 구체적으로 상세히 적어 놓으라고 했어요. "


" 네, 그러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만 구체적이며, 상세히 적으시면 되겠네요. 왜 [하청직원이 무례하고 오만하게 직원의 이름을 물어봄]이라고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한 일을 빼고 적어 놓으셨나요?  저희 직원은 일을 센스 있게 못하긴 해도 틀리지는 않았습니다만 팀장님네 직원은 하면 안 될 잘못된 행동을 해서 제가 말씀을 드린 겁니다. "


" 별거 아니잖아요. 이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굳이 팀장님이 나서서 이러세요? "


" 제 직원이 다치기 때문입니다. 이 걸 본 직원은 무슨 마음으로 일을 할까요? "


" 에이~ 그건 아니죠. 그 정도는 알아서 해결 못해요? 그거 하나 기분 나쁘다고 일을 못해요? 그건 아니죠. "


" 이미 서로 간에 대화는 충분히 오갔고, 같은 말이 반복될 것 같으니 이만 종결하도록 하겠습니다. "

 

나는 그날 대화를 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 에이~ 그건 아니죠. " 란 말을 나는 쓰지 않겠노라

 이 말을 몇 번 듣는 순간 나는 그 통화를 끊기로 결심했다. 설득도 대화도 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이 사람은 사회적 지위나 위치가 어떻든 간에 ' 다른 사람에 말을 듣는 지혜와 여유는 가지지 못한  짧은 인생을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 통화를 끝내고 가만히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다른 직원이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 이겼어? "


" 아니 졌어. "


" 네가? 왜? "


" 흠, 이길 수 없었어. 그리고 이길만한 가치가 없었어. 굳이 이길만한 소양이 없는 사람이었어. "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다. 싸워봐야 아무런 득이 되지 않고, 싸워서 이길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이길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좋은 않은 경기다. 그걸 느끼는 순간 재빨리 말을 거두고 입을 다물게 된다.  모든 말이 튕겨질 거면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럴 때는 시간에 맡겨야 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그 사람이 잘 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걸려 넘어질 때까지 관람을 하면 된다. 당장 보이지 않을 뿐이고, 당장 일어나지 않을 뿐이지 말과 행동이 선을 넘고 무례하고 쉬이 참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 발에 걸려 넘어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그 싸움을 피한 사람은 피해를 받지 않게 된다. 물론 내 감정은 더러워졌으나

나는 훗날에 나를 지키기 위해 그 순간 싸움에서 지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어릴 때 오빠와 말다툼을 하다가 오빠가 말을 멈추고 나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조용히 한마디 했다.


 " 너 말할 때 앞에 아니! 말은 빼고 말해. "


 그때 날 바라보는 오빠의 눈이 너무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눈이라서 나는 멈추어 섰다. 나는 오빠에게 다시 물었다


 " 내가 말할 때 아니라는 말 많이 썼어? "


 " 어,  그 말이 거슬러서 일부러 더 말 걸고 며칠 동안 지켜봤는데 너 습관적으로 써.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말은 안 하고 조용히 네 말 안 들어. 그러니 하지 마. "


 오빠의 표정과 상황을 보고 오랫동안 생각했다는 걸 느꼈다. 그날 이 후로 나는 습관적으로 쓰던 " 아니! "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말을 할 때마다 오빠가 한 말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알게 되었다. " 아니!"라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얼마나 거슬리고 반박심을 가지게 만드는지를 내가 신경 써서 그 말을 빼고 이후 알게 되었다. 이제 내 자녀가 습관적으로 그 말을 쓴다. 나는 아이를 잡고 말했다.


 " [아니]라는 말은 상대에 입을 닫게 만들어. 그 말을 하지 않아도 네 말은 충분히 전달 돼. 앞에 그 말은 빼고 해. 그 말 네가 말하는 상대를 화나게 하고 반발심을 가지게 해. 네가 다른 사람에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걸 단번에 보여주는 무시하는 말투야. "


 상대가 " 아니! "라는 말을 쓰는 순간 입을 닫아 버리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 아, 이 대화는 끝없는 평행선이 되거나 해결하지 못할 논쟁이 되겠구나. '라는 걸 알게 된다. 서로 간에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없다는 걸 직감한다. 이미 상대는 날 틀렸다로 판단해 버렸다. 너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시작부터 선을 그어 버렸다. 그러면 상대는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반발심이 생기고, 자신도 모르게 각자의 방어벽을 치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을 듣지 않겠다는 태도는 그 사람에 쫓기는 삶의 모습을 나타내어 준다. 자신의 생각과 사고에 갇혀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강한 선을 드러내 준다. 이런 사람에게 하는 말은 어차피 튕길걸 알기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마음도 여유가 생겨야 다른 사람에 말이 들린다. 내 마음이 여유가 없고 쫓기면 다른 사람에 말이 들어올 틈이 없다. 때로는 고집스럽고, 내 주장만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 아차! ' 하는 마음과 함께 내가 지금 여유가 없고 쫓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럴 때는 순간 멈추어 서서 나는 돌아보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나를 멈추어 세운다.

 '잠깐 너무 다급하잖아. 이러면 오히려 위험해.'

 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멈추어 세운다. 누군가에 말이 들어 올 틈조차 없는 조급한 마음은 이내 다른 엉뚱한 곳에서 터져 버릴 내 감정을 보여 준다.  내가 무엇에 쫓기고 있는지, 무엇에 연연해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렇게 나는 그 순간마다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내 삶의 주체를 자꾸만 타인에게 내어 줘 버리게 된다.

그리고 주체를 잃어버린 내 감정은 여유도, 분노의 주체도 누군지 잊어버린 채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내게 된다. 예를 들면 나보다 더 힘이 없거나 내가 화를 내도 손해 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전혀 다른 사람이나 서비스업 직원이나, 아이들 혹은 부모님에게 그 화를 돌려 버리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그런 실수로 인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때로는 옹졸해진 내 모습이 발견되면 나는 내가 무엇이 지금 문제인지 내가 왜 이런 좁은 마음을 가지고 쫓기고 있는지 봐야 한다.  나는 직원을 다시 조용히 불렀다.

 " 너 직원 이름 왜 물어봤니? "


 " 그 직원에 답이 이상해서 저도 확인하고 기재해 놓아야 할 것 같아서요. 아니면 제가 다 책임져야 하잖아요. "


"  그래서 그런 거 아니잖아. 이름은 찾으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어. 너 그래서 물은 거 아니잖아. "


" 전 이름 물으면 안 되나요? 그게 잘못된거에요? "


" 내가 말하는 건 그 뜻이 아니야. 너 진짜 그래서 물은 거야? 화나서 그걸 표현하고 너도 어떻게든 그 사람 기분 나쁘게 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었어? "


"... "


" 네 감정이 그런 것도 물론 맞아. 그래. 사람이니깐 부당함을 당하니 화가 나겠지. 그런데 그 표현이 옳은 건 아니야. 우선 네가 왜 화났는지 다시 봐. 너 우리가 하청이라서 본청 사람이 저러니 더 화난 거잖아. 아니야? "


" ... "


 " 싸울 거야? 싸울 거면 이런 식으로 싸우지 말고 제대로 싸워. 그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이야. "


 내가 직원 다시 부른 이유는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대응하는 법을 익히게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감정이 틀어지고 꼬여진 것도 사실은 그걸 받아낼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는 아니!라고 하고 모든 말을 팅궈내는 좁은 식견을 가진 자라고 해서 내가 그와 똑같을 필요는 없다.


" 팀장님은 이럴 때 어떻게 말하세요? "


" 흠, 정답은 아니지만 얼마 전 나는 그런 직원을 만났을 때, 이 부분 말씀 드리는 게 직원 분을 화나게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당황스럽네요. 그런데 조금만 예의는 지켜주세요.라고 조용히 말했어. "


" 전 그게 잘 안 되어요. "


" 나도 잘 안돼. 그래서 남들이 잘 모르게 습관적으로 속으로 심호흡을 하게 돼. 그러면 조금 진정되더라고.  그리고 요놈 봐라 하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그 사람에 행동을 바라봐. 그러니 조금 여유가 생기더라고 그때는 내 감정에 사로 잡혀 흐려진 판단에 튀어나오는 말을 덜 하게 돼. 이건 노력인 거 같아. "


 좁은 마음과 좁은 여유는 내 판단과 말을 흐리게 한다. 여유가 있어야 말에 지혜를 더할 수 있게 된다. 무례함을 참으란 말이 아니다. 참는다고 사람의 감정이 참아지는 것도 아니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말을 하되 한소끔 에 여유를 더한다면 생각 또한 넓어지고 여유가 생겨 지혜를 더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오늘도 난 옹졸한 내가 되지 않기 위해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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