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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 Feb 08. 2024

싱글맘의 명절

드디어 그날이 왔다! 명절!

또 다른 노동의 날에 불과했던 명절은 별거 후 다시 원래의 휴일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니까 시댁에 가서 불편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반나절 노동을 하고 올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는 얘기다. 아, 누가 들으면 구박당한 며느리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 설명하자면 시부모님들은 좋은 분들이셨다. 사실 음식이래 봐야 할 것도 없었고. 다만 나를 분노케 했던 건 이 모든 게 당연할 뿐 아니라 더 잘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취했던 전남편뿐. 이제는 자기가 알아서 다 하라지.




“00이 전날 데리고 가서 1박 해도 돼? “

지난 면접교섭일에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아이아빠가 물었다.

말이 끝나는 순간부터 내 안의 내적댄스는 시작됐지만 짐짓 태연한 척 되묻는다.

“며칠? 설 전날 말하는 거야?”

“응. 9일.”


둠칫둠칫두둠칫.

정신바짝 차리지 않으면 입꼬리가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래, 뭐. 데리고 잘 수 있겠어? 엄마 찾을 텐데”

“응. 괜찮아”


그렇게 1박의 약속을 하고 차가 떠나자 내 얼굴은 숨길 수 없는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살포시 스텝만 밟던 내적댄스도 이미 광란의 파티 중이었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할 거야


라고 말한 작은 여우는 고작 한 시간 행복했지만 나는 2주간 행복했다. 여행은 표를 끊을 때부터 시작이듯 내 마음은 이미 그때부터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뭘 하지?

내가 하고 싶은 건 아주 소박한 누군가의 일상이었다.

1. 노트북 들고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에 가서 글쓰기.

2. 아이랑 함께 갈 수 없는 코인노래방 가기.

3. 친구 만나기.


(이미 이런 일상을 누리고 계신다면 제가 부러워한다는 걸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소소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지만 퇴근 후 제일 하원이 늦은 아이를 위해 눈썹 휘날리게 뛰어가는 나에게는 위시리스트였다. 사실 1년에 한두 번 주어질까 말까 하는 이런 기회를 붙잡고자 비행기표도 알아봤지만 매진. 그래서 아쉬운 대로 기차표라도 끊었다. 바다가 있는 곳으로.


다음날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당일치기지만 카페, 코인노래방, 바다를 즐기고 알찬 시간을 보내고 오려고 한다.

“엄마, 아빠랑 둘이 음식 다 하겠어?”

이미 전 주말에 잔뜩 장을 봐놓으신 엄마에게 왠지 죄책감이 든다. 분명 어마어마한 양이었는데.

“그래~ 가서 한 밤 자고 와. 간만의 자유인데”



엄마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일 이 시간 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달콤한 나의 자유시간을 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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