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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an 05. 2024

압구정 (세들어) 살아요 1

압세모 입문

첫째아이를 유산하고 겨우 추스러 간다 생각할 즈음 이었다. 첫번째 신혼집은 예정에도 없던 철거를 당했는데 이번집은 덴마크 교수라 절대 들어올리 없다던 집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했다. 귀화가 이리도 쉬운일 이었나. 당연 말한마디 못하고 쫒겨났다.


틈이나면 비가 내렸다. 지나가는 어린생명만 보아도 사생아로낳아 하늘로 간 내 아이가 생각이 났다.  산모나 다름없어 모든 후유증도 다 감내했다. 직장에도 작고 고귀한 생명으로 가득해 눈물버튼이 고장난듯 눌러졌는데 퇴근해도 숨을 곳이 없다니.  잔인하게도 이 몸뚱아리는 여기있어 떠난 아이를 가슴에 묻고 살아내야한다.


 처음에는 친정 근처를 고집했었다. 그냥이었다. 곧 주머니사정에 의거 해보니 그저 무논리의 아집 이었다. 기웃거리다 가격이 괜찮다는 이유만으로 50년된 압구정에 와 보았다.

압구정. 그 네임벨류가 뭐라고 괜히 부담됐다. 와 그런데 의외로 싸다는 사실을 아는순간 잡아야했다.


당당한척 가장 비싼 패딩을 걸치고 실장을 따라 집을보았다. 인터넷쇼핑몰로 옷 태그에 묻힌 집, 짐이너무많아 문을 못 열어주는 집을 보았다. 여보, 안될것 같아. 나지막이 외치려는 순간 압구정 토박이사장님이 마지막 집을 공개했다.


개똥이 베란다 여기저기에 화석처럼 굳어있었다고한다. 급히 알아차린 남편이 가보지도 못하게 했다.샷시는 간유리 미닫이이고 세입자는 냉장고도 가스레인지도 없이 살고있었다. 난방은 방만 들어오고 50여년동안 세입자만 살아온집. 주인은 70년대 입주시기에 분양받아 한번 들여다본적이 없다 했다. 철거될 때 까지 원하는대로 해놓고 마음껏 사시라했다.

 조금, 동(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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