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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an 10. 2024

압구정 (세들어) 살아요 4

압구정맘 탄생기

압구정 안방마님 살이가 시작되었다. 임신 극초기를 지나고 병원에서 자리없다 쫒아낼 때 까지 버티다보니어느덧 여름이 절반인 5월이었다.뱃속 아이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후일담으로만 듣던 집 내부사정과 진입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압구정동으로 들어올 자신이 없었다. 일단 와식생활을 결심한 나는 안방에 갇혔다.홀로 남의 집 침대한켠에 누워있는 기분이기도 했고 베란다를 볼때마다 개똥냄새가 나는듯도 했다.


남의편이 틈틈이 쓸고 닦았다했지만 부엌 개수대는 막힌지 두달째이고 중앙난방은 끊긴지오래라 발바닥이 시렸다. 부엌 옆 식모방은 미닫이 간유리문에 덧방이 n회차라 벽지끝은 모두 들떠있었다. 창문은 장식용이라 차라리 문풍지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의 훈풍에도 마지막잎새처럼 바르르 떨려 금방이라도 덮칠것 같았다.


나를 라푼젤 산모로 만든건 팔할이 엘리베이터였다. 50년이 되니 부품이 없었고 조금이라도 무거운 물건을 실었다간 150세대 모두 강제 스텝퍼 행이었다. 그렇게 배불뚝이 라푼젤에게 탈출이 허락되는 날이면 동네백화점셔틀버스를 타고 푸드코트에서 한끼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그마저도 얼마 후 기립성저혈압으로 무료 셔틀 버스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I는 다시 성 꼭대기에서 문을 걸어잠궜다.


 한강뷰는 복도로 나가야보이는데 문믈 여는순간 모기+30이기에 살생당하지 않으려면 성안에 있어야했다.

칩거 생활도 잠시, 곧 병원으로 소환되었다. 그렇게 볕들지않는 입원실에서 다시 몇달있었다. 소변줄까지 달고 미동금지 라는 미션을받아 망부석산모가되었다.볕을 두어달 못 봐 힘들었지만 위급상황에 압구정 라푼젤이었다면 위급상황에 12층 계단을 오르내릴 생각을 하면 차라리 우울증이 나았다.


 출산은 자연스러웠다. 우리 아이들은 뱃속에서도열려져버린 자궁문으로, 5cm열린 틈으로 이미 자주 손을 내밀어보곤 했었다. 주치의 선생님 스케줄에 맞추어 6명의 인턴이있는 수술방에서, 12시간 의미없는진통을버티다가 명의 입장의 순간 새끼의사가 내 배에 올라탔다. 나왔다. 고통이고 뭐고 감사합니다를 드립다 외쳤다. 생애 최고로 감격적인 순간이었으리라. 그리고 안도했다. 이제 더이상 아이들의 생사를 비루한 내 몸뚱아리에 맞기지 않아도 되었다.


살려는 놨으니 살아가야했다. 아무준비도 안해놓은 50년된집에서 두아이와 함께하는 삶이라니. 일단 원격조정으로 남편이 드나들었고 엄마가낳은 친정엄마, 언니가 대부분의 것을 준비해주었다. 그리고 준비 시간만큼 처절한 피드백들이 쏟아졌다.


"너 거기서 어떻게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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