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시장에 가면
할머니는 살며시
엄마 화장대 앞에 앉아요.
할머니와 눈 맞춘 화장품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
새카맣게 숯검정 눈썹 그리고
사과같이 빨갛게 입술 바르고
주름살로 구겨진 얼굴 도화지에
분홍색 꽃신처럼 덧칠도 해요.
할머니와 눈 맞춘 거울이
아침처럼 밝아졌어요.
할머니가 웃어요.
알록달록 얼굴 꽃밭이 웃어요.
시장에서 돌아온 엄마가
처음엔 장바구니 떨어뜨리며
울먹였지만
“우리 어머니 참 예쁘네!”
오늘은
주홍부전나비 머리핀 두 마리
꽂아 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