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 글쓰기 책 10번째 리뷰
글쓰기 책 10번째 리뷰.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김종원 지음
10번째 책은 20권 도전 첫 번째 파트 마무리답게 글쓰기 태도와 철학을 다룬 내용을 접했다. 글쓰기 이론과 작법서에 한껏 기가 빨리던 시기에 조금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흡사 글쓰기의 자기 계발서 느낌이랄까.
지금 뛰는 사람이 마라토너고, 지금 쓰는 사람이 작가다.
작가 김종원은 15년간 괴테의 저작을 깊이 읽으며 글쓰기의 ‘원형’을 발견했다. 그는 1년에 단 한 권의 책만을 읽으며 글쓰기에 집중했고, 이로써 자신의 글의 깊이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이 책은 지난 15년 동안 괴테의 책 한 권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며 발전해 온 그의 글쓰기 경험을 담고 있다.
괴테의 글쓰기 원칙은 단순하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단어만을 사용하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김종원은 이를 통해 글쓰기가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책을 읽다가 와닿지 않는 목차는 정독하지 않고 건너 띄었다. 종종 나의 가치관에 부딪치는 내용도 있었지만, 독서란 원래 작가와 부단한 대화를 나누고, 격앙된 토론도 하고, 반박도 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싫지 않았다. 조금 부드러운 문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쓰기 책을 연달아 읽으면서 내가 마음이 끌리는 문체와 거리가 느껴지는 문체가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깨달음
이 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초보 작가들은 종종 인기 있는 책에 대해 질투 섞인 시선으로 "제목만 좋아서 팔린다"거나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다"며 불만을 표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당신의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나온다.
좋은 출판사를 만날 정도의 수준이 아니며, 폭발적으로 마케팅할 정도의 가치가 없는 글이며, 운을 만날 정도의 실력이 준비되지 않았고, 좋은 기획을 할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과 작가를 치열하게 연구하고, 초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나는 ‘연습생’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객관적인 지표는 자괴감이나 자포자기의 이유가 아니라, 길이 보일 때까지 차분히 걸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을 조금 거칠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덤덤히 받아들였다.
괜찮다.
'아직' 아닐 뿐이다.
둘째, 무작정 쓰기가 가능해졌다.
"글을 쓸 때 누가 읽을까 걱정하지 말라. 대부분 사람들은 당신의 글에 관심이 없고, 좋아요의 대부분은 첫 줄만 읽고 기계적으로 누른 것이고, 댓글은 마지막 줄만 읽고 예의상 쓴 글일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 심지어 가족조차 읽지 않는다. 걱정 없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써라."
냉정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긴 남편이 내 글에 가장 관심이 없다) 공개된 글에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어도 좋아요를 눌러주는 분들에게 매번 감사함을 느낀다. 이는 글을 쓰는 데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그 감사함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이렇게 써도 될까?' 하는 걱정이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글을 올릴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주문처럼 여긴다.
'아무도 당신 글에 관심이 없다.'
이 주문은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겠다고 결심했기에, 지금 나에게 꼭 맞는 주문이다.
셋째,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으로 '작가들은 글쓰기를 어떻게 정의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돌아보며, 작가들이 글쓰기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정리해 보았다.
김종원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글쓰기는 스스로에게 배움을 가르치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경험하며 쓰는 과정이다. 또한, 꺼내고 분류할 내용을 정교하게 창조하는 작업이다.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글쓰기는 뱃놀이와도 같지만, 실제로는 고난의 행군과같은 과정이다.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글쓰기는 자기 인식과 이해 능력을 확장시키며,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병이자 약이다.
하랑 (그렇게 작가가 된다):
글쓰기는 지나간 사랑과 추억들을 글 속에 영원히 붙잡아 놓는 행위다.
김선영 (따라 쓰기만 해도 좋아진다):
글쓰기는 생각을 외부로 내보내는 행위이자, 삶의 방법을 찾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아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서서히 진행되는 혁명으로, 내면의 변화를 통해 삶의 성격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
지금 생각만으로 정의하자면,
첫째, 이미 중독된 상태
글쓰기는 죽을 때까지 함께할 애증의 관계다.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평생 글을 쓸 것 같다. 쓰는 건 너무 어렵지만, 이제 글을 안 쓰는 것은 배고픔 참기 만큼 불가능하다. (굶으면 큰일나는 줄 아는 사람....)
둘째, 외면당할 걱정 없는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
어릴 적부터 사람에게 감정을 털어놓기보다 글로 풀며 울고 웃었다. 표정이나 말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기장은 나만의 해우소였다. 그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사람 앞에서 날것의 감정을 쏟아내지 못한다. 비록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글에는 제한이 있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통해 치유되는 효과를 체화해가고 있다.
셋째,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일
글을 쓰다 보면 나조차 몰랐던 내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글쓰기에 대한 정의를 써 내려가며, 내가 글쓰기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처럼, 글쓰기는 또 다른 나와 마주하고 몰랐던 나와 끝없이 대화하는 과정이다.
글쓰기 책 10권을 읽으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정신이 없을 만큼, 마치 여러 작가들이 "내 말 좀 들어봐, " "이렇게 해봐, " "아니,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하고 나를 중심에 두고 말을 쏟아내는 느낌이었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렸다. 한 책을 읽으면 '이게 맞나 보다' 싶다가, 다른 책을 읽으면 '저게 맞나 보다'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방법을 받아들이려면 내 생각의 토대를 굳건히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남의 의견을 덧대고 보완하고, 때로는 버리며 나만의 가치관과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 그동안 정리한 글쓰기 방법들을 하나씩 훈련하고 적용해 보며,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갈 것이다.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은 지나가는 정보일 뿐, 지식이 되지 않을 테니까.
김종원 저자는 말한다.
이제 방법은 그만 찾아라.
글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계속 쓰면 된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
무슨 방법이 있나, 역시 그냥 쓰면 된다.
에이 그래도 뭔 방법이 있을 것 아니냐.
단연코 다른 방법은 없다.
방법을 찾는 사람은 단지 쓰기 싫어서 그럴 뿐이다.
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쓰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뭘 찾는지 그 대상을 보면 그가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진짜로 쓰는 사람은 방법이 아니라 영감을 찾는다.
이제 나도, 방법보다 영감을 찾고 글을 쓰고 다듬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