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뮤즈 Nov 04. 2024

영화 <캐스트어웨이>가 남긴 아이러니한 삶의 여운

일상 속 짧은 파편

영화 <캐스트어웨이>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톰행크스가 언제 조난당할지, 언제 구조될지가 아니라

마지막 장면 갈림길에 선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였다.


결정을 선뜻 보여주지 않고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지을 때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아쉽지는 않았다.


그가 차갑고 허무한 도시를 버리고 다시 섬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난당하기 전까진, 단 2분에 집착하던 사람이 시간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지내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던 그가 친구 같은 배구공이 떠갈 때 목숨을 걸고 바다에 뛰어들고,

자살을 하기 위해 쓰였던 로프가 희망을 갖게 해 준 뗏목의 로프가 됐듯이,


인생은 참 아이러니 잔치 그 자체다.


영화를 보다 눈물을 흘린 건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구조당한 톰 행크스의 귀환 축하 파티가 끝나고 난 후 텅 빈 연회장.


남은 킹크랩은 그가 그토록 원했던 소중한 식량이었고

손가락만으로도 불을 킬 수 있는 라이터는 밤을 꼬박 새우고 손을 다쳐가며 피우고 싶었던 간절한 희망의 불이었으며, 호텔방 스탠드 불빛은 절망을 느낀 순간 꺼져버린 손전등이었다.


죽을 만큼 노력하고 애써도 얻기 힘들었던 것들이

너무 쉬운 도시에서

그가 느낀 건 허무함과 공허함이었을까?

라이터를 딸칵 켜며 허무하게 바라보던 그는 그 순간

섬에서의 생활이 그립진 않았을까?


이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보다 울컥했다.

긴 인생을 살면서 너무 무겁고 무섭지만,

수없이 마주쳐야 했던 익숙한 그 감정이 떠오른 탓일 거다.


무인도에 조난당한 그가 치열하게 살아남을 때까지 과정이 마치 삶이라는 무인도에 자의가 아닌 타의로 떨어진 우리와 같다.


어느 날 풀썩 떨어진 삶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정표도 없이, 때론 삶의 희망을 잃고 헤매며,

순간순간 살아가야 할 이유를 힘들게 찾아 버티면서

반복되는 갈림길 앞에서 고민해야 하는 삶의 여정이 그의 치열한 사투와 너무나 닮았다.


이 영화는 마음 깊이 새겨져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도 가을을 즐기는 중이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