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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ree Ways Dec 27. 2022

1일 2카페 3커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한 가지_제주여행 다섯 번째 이야기


우리 모두는 여행하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 또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도 다투거나 토라지기 마련이죠. 물론 저희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생각보다 저희는 다른 듯하면서도 잘 맞는 여행메이트거든요.^^ 제 생각인데 지금사진 작가님이 거의 모든 장소를 섭렵하고 계셔서 때마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장소로 잘 안내해주어 그런 것 같아요. 그러면 지노그림 작가님은 아무런 투정 없이 잘 따라오고, 그 장소에 도착하면 아주 잘 즐겨주십니다. 저는 언제나 미지의 세계를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인간이라 그게 어디든 새롭다면 다 좋습니다.ㅎㅎ 


제주로 떠났을 때 우리는 조금 더 길게 시간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저희 3ways가 모두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카페입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타이트한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유롭게 찬찬히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고요. 그러다 보니 조금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카페에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들른 카페에서 먹은 빵과 청귤차, 그리고 청귤 요거트입니다. 커피가 마시고 싶기도 했지만 아침에 이미 한 잔 마신 터라 청귤차를 택했던 것 같아요. 이곳은 빵이 매우 맛있는 곳이라 곧바로 점심을 먹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빵까지 먹게 되었습니다.ㅎㅎㅎ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안 되니까 빵은 조금만 먹자는 다짐이 무색하게 되어버렸죠. 



제주여행 첫날은 비가 왔는데요. 점심을 먹고 또다시 카페에 들렀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아주 조용한 카페였는데 비가 오니까 더 운치가 있더라고요.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밤을 새우고 비행기를 탔던 터라 매우 피곤했거든요. 카페에서도 아주 잘 자요. ㅎㅎㅎ 그리고 깨어나 한참이나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름의 운치를 즐겼죠. : ) 



이렇게 예쁜 사진은 모두 우리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남겨주신 것입니다. 저와 지노그림 작가님은 아무리 잘 찍어보려 해도 이상하게 나오는 장소와 사물들이 우리 지금사진 작가님 손을 거치면 작품으로 탄생하곤 해요. ㅎㅎㅎ 제가 이 커피에 관련된 글을 쓰게 된 것은 저희 모두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었어요. 일정 내내 하루에 두 번씩 카페를 들리고는 했는데요. 누구 하나도 이제 그만 가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하고, 때로는 각자의 사색을 즐기는 시간을 우리는 잘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숙소에서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모닝커피를 먼저 한 잔 하고,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일을 편안하게 했어요. 지노그림 작가님은 그림을 그리고, 지금사진 작가님은 찍어둔 사진을 정리하고, 저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준비를 하고요. 꼭 카페를 가지 않더라도 저희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즐기고 있더라고요.ㅎㅎ 사실 저는 하루에 3잔 정도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를 사랑하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은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지는 잘 모르겠네요.ㅎㅎ



그런데 그거 아세요?ㅎㅎ 함께 여행을 하면서도 사실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아요. 여행지에 가면 사진 찍느라 바쁘고, 걷느라 바쁘고, 운전하느라 바쁘고. 각자 바쁜 시간을 보내죠. 그런데 커피를 마시러 들어가면 서로의 이야기가 시작돼요. 나는 제주에 언제 왔었고, 언제가 제일 좋았다, 어디가 좋더라, 제주에 오니 누가 생각나더라, 나의 어릴적엔 그랬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다, 나의 학창시절은 어땠다 등등. 그렇게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고, 서로의 삶을 관찰하게 되는 거죠. 



함께 여행을 한다고 모두가 깊게 친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함께 하는 동안 서로를 배려하면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가 지금의 모습을 가지기까지 어떤 시간을 건너왔는지, 그의 아픔은 무엇인지, 그의 행복은 무엇인지 천천히 하나씩 알아갈 때 조금 더 편한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마도 커피타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커피타임을 여러 번 거쳐 우리의 대화가 잘 통할 때,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되는 거죠. 그러나 그 커피타임 동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 같아요. 



저희는 물론 커피만큼 술도 자주 마십니다. 그러나 술을 먹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와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술을 마시며 한 층 더 깊은 대화도, 농담도, 술 취한 모습도 웃으며 넘길 수 있죠. 그래서 저는 하루에 두 번씩, 혹은 세 번씩 들렸던 카페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그건 우리가 그만큼 편해졌다는 이야기이자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졌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좋은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커피를 마셔보세요. 그 시간 동안 여러 대화를 통해 우리가 잘 맞는지, 우리는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알게 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주 여행에서 실행했던 1일 2카페 3커피는 참 바람직한 루틴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번 여행에서도 이 루틴을 지켜보려 해요. 여행이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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