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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Jan 05. 2023

14. 그냥 이름만 빌려주면 돼

돈 버는 상식

살다 보면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가끔 듣게 된다.


내가 개인사업을 해야 한다거나, 법인을 내야 하는데, 난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내 명의로는 못하니까 네 명의로 좀 하자 이런 부탁 말이다.     


[본인이 누군가로부터 이런 부탁을 들었다면, 스스로를 반성하자..]



이런 부탁은 흔히 부부, 가족, 친한 친구, 아니면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 까지 다양한 관계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이런 부탁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내가 옛날에 큰 사업을 했었거든... 그땐 한 달에 1억 도 벌고, 벤츠 타고 다니면서 아주 잘 나갔어, 누구도 알고, 누구랑도 친했고...


그런데 직원 중 누가 나를 배신해서 내가 지금 개인회생 중이다... 또는 파산했어...”     


“... 무슨 사업을 했는데?”


“이런저런 사업을 했지”     


라고 하며 과거했던 사업이나, 계획, 벌었던 돈, 앞으로의 계획 등을 거창하게 말한다.     


결론은 내가 대단한 사업계획과 능력이 있는데, 과거의 실패로 내 명의로 사업을 할 수 없고, 네가 명의만 좀 빌려주면 니 명의로 정말 열심히 사업을 일으켜서 아무것도 안 해도 다달이 월급 형식으로 몇백만 원씩 돈도 주고,


더 잘 되면...     


“내가 많이 신경 써 줄게...”     

“넌 투자를 할 필요도 없고, 돈 벌리면 그냥 돈만 세면 돼..”     

“투자할 것도 없으니 손해 볼 거 하나 없잖아??? 망하면 오히려 시간과 돈을 투자한 내가 손해를 보지..”      

“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냥 명의만 잠깐 빌려주면 되고, 니 할 일 하면 돼”     

“음... 세금은”     

“세금은 당연히 내가 알아서 내지, 내가 일해서 내가 번 것이니까, 우리나라에는 ‘실질과세원칙’이라는 게 있어 세금은 돈을 번 사람이 내야 한다는 거야”     

“걱정 마”     

“음.. 그래....”     

“그럼 사업자 통장도 있어야 하니, 니 명의로 계좌도 하나 만들어줘.”     

“?”     

“사업을 하려면 사업자 계좌가 있어야 하는데, 니 명의 사업 자니까 내 명의 계좌를 써야지..”     

“알았어”          


그들은 돈을 준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많이 뭔가를 준단다.. 그리고 안심하라고 한다.     


이런 말은 들은 사람은 그 사람과 관계도 있고, 계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구체적으로 묻지 못하고, 그냥 듣고만 있는다.


그러다가 빠져드는 것이다.     

*사기꾼의 말은 아예 듣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듣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빠져든다.*


이렇게 해서 명의를 빌려주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이 말한 대로 명의를 빌려준 나는 따박따박 월급처럼 돈을 받고, 나중에 더 큰돈도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잠깐은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종국에 가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내용증명 우편을 받게 되고, 더 무서운 것은 국세청으로부터 오는 우편물이다.     


물품대금청구, 용역비 청구...

국세•지방세 체납고지서, 부가세, 종합소득세, 가산세...     


난 명의자에 불과할 뿐 아무것도 안 하고 돈은 그 사람이 다 가져갔는데, 법적으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할까?

 

'명의대여자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내 명의로 사업을 하도록 허락한 사람은 그 사업의 거래처들에 대하여 민사상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상법

24(명의대여자의 책임)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삼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나는 사업을 하지도 관여하지도 중요한 돈도 보지도 써보지도 못했는데, 거래처들에 대하여 그놈과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 연대책임이지 그냥 명의자가 다 책임진다고 보면 되고, 이쯤 되면 명의를 빌려간 사람은 연락두절일 것이다.


법이 그렇다.


거래상 채권자들은 어떻게 무시하고 넘기더라도,


세금은 무덤까지 따라온다.


사업을 하다 보면 개인사업자를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의 세금을 내야 한다.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는 이름이 세금이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 놈들은 보험료, 연금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그냥 세금이라고 보면 된다.


참...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불쌍하고, 위대한 사람들이다.   


부가세는 매출의 10%를 나라에 내야 하는 하는 것이고, 종합소득세(종소세)는 매년 5월에 작년 순 소득에 대해 세율을 적용하여 내는 세금이다.     


그럼 명의대여의 경우 세금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난 명의자에 불과하고 내가 번 돈을 없게 때문에 나에게 세금이 나오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세청은 일단 무조건 명의자에게 납세고지 등을 한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사업자 명의자에게 납세고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은 납세고지서는 대부분 세무사가 알아서 처리했기 때문에 납세고지서가 집이나 사업장으로 날아올 일이 없었다.


명의차용자 그놈이 알아서 세금도 내고 했기 때이다. 명의 대여자는 그런 세금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사업이 힘들어진다면, 세금낼 돈이 없을 것이고, 명의 차용자는 세금을 밀리기 시작하다가 다음에 내야지.. 다음에 다 내야지....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터진다.


그때가 되었고, 명의 차용자는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국세청은 사업자가 세금을 내지 않자, 명의자의 집으로 우편물을 보낸 것이다.     



집의 우체통에 국세청에서 보낸 우편물이 있으면, 심장이 덜컥할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곧바로 세무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건다.


“사실 난 명의를 빌려준 것뿐이고, 모든 사업과 소득은 그 000이라는 사람이 가져갔어요”     

“전 너무 억울합니다.”     


“네~ 그렇지만 일단 명의자인 당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명의대여라는 사실은 입증해 주셔야 해요”     

“일단 고지는 할 것이고, 징수 절차도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실질과세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 실질과세원칙: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이 명의자와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경우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는 원칙*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나는 실제 사업주가 아니고, 소득도 나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세금은 피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실질 사업주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만약 부부관계라면  처 역시 남편이 행한 사업에서 생활비를 받는 등 수익을 받았기 때문에 처를 실질 사업주로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부관계 명의대여의 경우 이혼할 경우가 큰 문제이고 복잡하다.


국세청은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세금을 징수하려고 할 것이다.     


나라가 내 이런저런 사정을 봐줘서 억울한 내 사정을 잘 들어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매우 큰 오산이다...     


“안타깝네요..”     

“그래도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세금은 내셔야죠..”      


나는 사업으로 번 돈을 한번 보지도 써보지도 못했는데, 남이 한 행위 때문에 내 소중한 재산이 날아가게 생겼다.


어찌어찌하여 그 책임을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들어간 변호사비, 세무사비는 상당할 것이고, 세무서 등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받은 스트레스와 불안에 떨 시간을 생각하면 끔찍할 뿐이다.     


어떤 분은 이런 일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였다.          


그럼 명의를 빌려간 그놈은 왜 그랬을까??

애초부터 이런 것들을 노리고 명의를 빌리는 사람도 있다.    


일부는 의욕적으로 열심히 그리고 정확하게 사업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힘들어질 때가 오면 스멀스멀 어두운 욕망이 올라온다..     


“어차피 내 명의도 아닌데...”     

“예랑 연 끊고 한 번만 나쁜 사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다.. 해결되고 나중에 갚으면 되지 뭐..”          


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다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내 명의 가지고 남이 사업을 하는데, 돈을 많이 벌면 그 번 돈 그 사람이 다 가져가고, 문제가 생겨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 책임은 내가 다 진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명의대여 한 번으로 국가에 헌납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리 엄청난 유혹으로 명의를 빌려달라고 해도 그런 사람 말은 듣지도 말고, 이 참에 그 사람과의 인연도 정리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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