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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Jan 06. 2023

15. 회장님의 유혹

돈 버는 상식

서초동에 있다 보면 가끔 ‘회장님’ 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아는 '회장'이란 직함을 가진 사람들은 뉴스에도 자주 나오고 재산이 엄청나게 많으며, 거느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서초동에는 회장님으로 불리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회장님과는 다른  회장님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회사나, 직원들은 없지만 나이는 지긋하고,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공신력을 보이기 위해서인지 현재 운영 중인 법무법인 사무실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기도 한다.     


그런 회장님들은 항상 두툼한 서류뭉치와 서류가방 등을 들고 다니고, 그 안에는 주로 '사업계획서', ‘조망도’, '수익률표', 기타 서류들을 들고 다닌다.     


그러면서 주로 하는 일은 투자자 모집이다.     


쉽게 말해 돈 빌리러 다니는 사람 들다.     

더 자극적으로 말하면 욕심에 눈이 먼 ‘호구’를 찾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아이템은 대표적으로 역시 부동산이고, ‘부동산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부동산일이라...     


부동산일 중에는 중개, 시행, 분양, 매도•매수 등 매우 다양한 일이 있는데, 그 회장님들은 주로 시행을 한다고 한다.     


어떤 시행이냐면 주로 대규모 아파트, 호텔, 리조트 등이고, 어떤 경우에는 필리핀 등 해외 물건도 한다고 한다.      


공사가 되다만 현장이 있고, 그 현장이 매우 싼 가격에 나왔는데, 위치나 조망이 너무 좋으며, 시공사나 설계등 모든 준비는 마쳐져 있는데, 결정적으로 투자금이 조금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돈을 조금만 투자해서 완공을 하면 분양을 받거나 통으로 살 사람이 대기 중이고, 그게 성공하면 몇 천억의 수익이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00 개발, 00 산업이라고 적혀 있고, 자신을 ‘회장’이라고 하면서 명함을 건넨다. 주로 한문이 많다.     

“네.. 회장님 이세요?”     

“내가 과거에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대학도 00 대학 00 과를 나왔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현장이 있는데.. 이게 대박이거든요 지금 한창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어요 제가 선생님 인상이 너무 좋고 거짓말하실 분이 아닌 거 같아 특별히 소개해 드리는 겁니다.”     


하면서 멋지게 그려진 조감도를 꺼낸다.      

어디서 돈 좀 주고받은 조감도이다. 

그리고 이미 투자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명단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이게 지금 어디 어디에 있고, 원래 짓던 회사가 부도나서 현장이 매우 싸게 나왔습니다. 누구누구 통해서 알게 되어 지금 매수하여 완공 후 분양을 하려고 합니다.”     


“이게 성공만 하면 몇 천억은 그냥 떨어져요, 지금 부동산 가격 엄청나고 또 오를 것 같잖아요, 선생님이 투자를 조금 하시면 그 10배는 제가 약속드리고, 차용증이며, 공증이며 다 해드리겠습니다.”     

“음.. 담보는요?”     

“지금 짓다 말아서 등기도 없고 담보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믿고 투자하시는 거죠, 담보가 없으니까 투자금의 10배를 드린다는 겁니다”     

“차용증이며, 공증이며 다 해드리는데, 뭐가 걱정이십니까?”     

“잘못되면 저를 형사고소든 뭐든 다 하세요" 

"저 이런 사람입니다.”     

“사업이 성공만 하면 투자금의 10배... 그 이상도 드릴 수 있습니다.”     



“저 돈이 1,000만 원 밖에 없어요”     

“아, 그 정도도 좋습니다. 저희가 다 투자금 비율별로 수익을 배분해 줄 것이라서요, 몇 백 넣으신 분도 있고, 몇 천, 몇 억 다양합니다.”

"선생님 같이 소액으로 하시는 분이 더 좋습니다. 적게 넣어서 돈 많이 버셔야죠"

"이게 수익만 나면 수익률이 어마어마합니다."

"대장동 사건 아시죠?"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이게 비슷한 겁니다."

"제가 선생님 도와드리고 싶어서 특별히 알려드리는 정보예요"


이런 종류의 사기꾼들은 학습력이 있어서 어떤 뉴스가 나오면 그걸 이용해서 사기를 치고, 또,

그런 사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회장님들에게 몇 백억은 푼돈이고, 몇 천억은 되어야 말이 된다.     


그러면서 식당에 가면 결재는 내가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유혹에 빠져 덜컥 돈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진행된다는 사업은 몇 년이 지나도 진척될지 모르고, 투자금 회수는 요원하며, 약속한 수익금도 당연히 없다.     


그럼 그때서야 그 회장에게 전화를 하면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말을 빙빙 돌리면서 갑자기 바빠진다.


그리고 다 남 탓이며,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다.     


“투자금이 조금 부족해서 사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더 투자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이번에 투자하시면 투자금의 20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한번 당했다는 생각에 이제는 믿지 않고,     


분노가 치밀어 그 회장을 고소하지만, 이미 내 돈을 찾을 길은 없어진 상태고, 그 회장은 사기 전과 몇 개에 이미 수감중일 수도 있다.     


민사소송???     

보통 3개월 이상은 무조건 걸리고, 회장 명의로 된 재산은 없다.     

이미 구속될 거 알면서도 저런 사기를 치는 사람이 설마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많다. 그들은 오늘만 사는 불나방들이고, 앞에 먹이가 보이면 참지 못하고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온다.] 


정상인이라면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나중을 생각해서 참지만, 살인자들은 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 듯, 사기꾼들 역시 호구가 앞에 있으면 참지 못하고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간다.  


더 악질들은 저런 투자 약정을 하는 자리에 버젓이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다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를 변호사가 봐주고 있고 보증한다나 어쩐다나....     

그럼 사람들은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보고 그 회장과 프로젝트를 더 신뢰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알고 보면 그 변호사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 회장이 돈 좀 주면서 자기가 계약을 좀 해야 하는데, 그 계약서 검토나 좀 해달라고 하면서 불러온 것에 불과하다. 


순진한 변호사는 한번 나가서 계약서를 보기만 하면 50만 원에서 100만 원 준다고 하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혹시 인상 좋은 나이 지긋하고, 뭔가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이 ‘회장’이라고 하면서 투자를 제안하면서 많은 수익을 약속하면 사기꾼임을 눈치채야 한다.


'회장', '대표', '이사', '사장' 등과 같은 직함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허울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내가 모은 돈을 스스로 엉뚱한 사람에게 주는 실수를 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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