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상식
나를 속이고, 내 돈을 빼앗아 가서 나는 물론 내 가족, 나에게 돈을 빌려준 친척, 친구들에게 까지 피해를 주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그 사기꾼 놈을 생각하면 욕이 아깝다.
그런 마음에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놈(년)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사기꾼은 내 돈을 가져가서 잘 먹고 잘살고 해외여행 다니면서 룰루랄라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 00은 타고난 사기꾼이다. 학창 시절에는 흔히 말하는 일진들의 ‘빵셔틀’이었지만, 그들과 어떻게든 어울렸기 때문에 정 씨 자신도 ‘일진’이라고 하고 다닌다.
그의 첫인상은 정말 좋다. 그는 항상 말끔한 정장을 입고 다니면서, 카톡 프로필에는 ‘신뢰’가 저절로 느껴지는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리숙하게 생겨서 만만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 만나는 나이 든 남성에 대한 호칭은 무조건 ‘아버님’, '사장님' 여성에 대한 오칭은 ‘어머님’, '사모님'이다.
주된 타깃은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노인들은 남의 말을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외로운 분들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 살갑게 다가오면 그 사람을 쉽게 믿어 버린다. 노인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 씨가 사기를 치기에는 충분한 숫자이다.
정 씨는 온갖 포장과 감언이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며 대담하게 사기를 쳤고, 노인들의 돈을 받았다. 그리고는 약속된 시점이 오면 늘 같은 레퍼토리로 시간을 끌거나, 유약해 보이는 노인들에게는 윽박질렀고, 좀 성격이 있는 노인들에게는 감언이설로 당시 상황을 모면하였다.
정 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두꺼운 법전이 놓여 있으며, 뒤 옷걸이에는 그가 취미로 한다고 하는 유도복과 검은 띠가 걸려있다.
손님을 상대할 때에는 항상 그 책상 위에서 상대하고, 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며, 한 때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하였고, 그 사업을 그만둔 이유는 유명 여자가수가 자기와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님들은 생각한다.
‘이야~ 한 때는 엔터사업도 하고, 스케일이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정 씨는 한 동안은 돈을 많이 벌었다.
그의 말에 현혹당한 대부분의 노인들이 스스로 정 씨에게 돈을 가져다 바쳤기 때문이다. 간혹 노인들의 젊은 자녀들까지 와서 따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정 씨의 말발을 당해내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자기 부모님의 돈이 정 씨에게 가 있는 마당에 정 씨에게 함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정 씨의 사기는 거의 성공이었고, 정 씨는 사기 친 돈으로 매달 고급마트에서 장을 보고, 1억 원 이상의 외제차를 끌고 다니면서, 겨울 시즌에는 새 스키장비를 가지고 온 가족이 스키장을 다녔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서울에 아파트를 사기도 하였다.
그에 반해 정 씨에게 사기를 당한 대부분의 노인들은 정 씨에게 찾아가 욕도 하고, 마음속으로 많은 원망도 하였으며, 일부 노인들은 정 씨에게 준 돈을 환불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인들은 시간이 몇 년이나 흐르면서 기억이 흐릿해지거나, 사망하거나, 자기가 사기를 당한 것조차 몰랐다.
일부는 아직도 정 씨를 믿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 씨는 이렇게 성공적인 사기를 친 것 같았다.
과연 정 씨가 사기 친 돈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까???
그는 노인들에게 사기 친 돈으로 과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면서 사기를 쳤던 연습생들이 고소한 건에 대해 합의금으로 주고 형사 합의를 하였고, 자신의 빚도 갚았다.
그런데 항상 노인들과 그 가족들의 전화에 시달렸다. 거의 5분에 한번 꼴로 전화가 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정 씨는 그때그때 레퍼토리를 생각해서 거짓말로 그 상황을 모면하였으며,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항상 위염과, 두통을 달고 살았고, 얼굴색도 늘 검은색이었으며, 가끔은 너무 어지러워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누구나 이 정도 고생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정 씨는 어지럼증이 자주 일어 병원에 가보았다.
혈액검사 결과 혈액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피해 적혈구 수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고객들에게 늘 시달려 거짓말을 해야 했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위염은 만성위염으로 발전하였고,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였고, 갑자기 불안과 초초한 감정이 자기를 공격한다.
더 이상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정 씨를 형사고소 하였고, 정 씨의 모든 혐의는 인정되어 처와 자녀가 있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실형을 선고받았고, 검찰은 정 씨가 얻은 대부분의 수익을 범죄 수익으로 보고 ‘추징’ 하였다.
정 씨에게는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건강을 해쳤으며, 혈액암과 후유증으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태이며, 주기적으로 투석도 받아야 한다.
정신은 늘 산만하고, 불안하며, 얼마 전에는 우울증 진단도 받았다.
그런데 정 씨는 늘 다른 사람들을 원망했고, 고객들도 원망했다.
정 씨는 곧 감옥에 갈 것이지만, 처와 자식들의 생계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자기의 잘못은 없고 남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자기의 잘못은 하나도 깨닫지 못했다.
징역을 살고 나오면 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다.
그럼 또 들어갈 것이고.. 그때의 징역형의 형기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오면 또 사기 칠 예정이다...
정 씨의 아들은 그런 그를 닮아간다...
사기꾼들은 사기를 치기 전 이미 상당한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채무가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진 채무일 수도 있고, 과거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합의금 일 수도 있다.
보통 그 금액이 적은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사기꾼이 다시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들어가 월급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사기꾼은 푼돈 따위에는 만족하지 않으며, 늘 부자가 되고 싶고 부자들이 부럽다.
주위에는 늘 먹잇감들이 널려 있고, 그들은 멍청하고 자기는 너무 똑똑하다... 그래서 사기를 치는 것이다.
돈은 많이 벌고 싶고, 성실히 일하기는 싫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자기는 너무 똑똑하며, 주위에 호구들은 많다. 법이라는 것이 있지만 잘 만 하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기꾼들은 이런 동기로 사기를 친다.
처음에는 살짝살짝 간을 보다가 어느 순간 선을 넘게 되면 그때는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기행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사기꾼들 대부분은 사기 쳐서 얻은 돈을 낭비한다. 유흥이든, 과소비든 돈을 마구마구 뿌린다.
사기등 범죄를 통해 얻은 돈을 가지고 부동산을 사는 등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 본 적 있는가?? 주로 현금을 집
에 가지고 있거나, 그것도 불안하면 땅에 묻어 놓기 마련이다.
건실한 사업체나 직장도 없는데 돈이 많다면 최고 자금추적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국세청이 유심히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사기꾼 들은 언제든 피해자들이 법적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기 명의로 드러나는 재산을 가질 수 없다.
주로 차명으로 재산을 가지게 되는데, 그 명의자가 믿을만하면 좋겠으나, 사기꾼 주위에 있는 자들은 도찐개찐이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고 사기 치게 되어 있다.
그들은 현금으로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낭비를 하다고 돈이 떨어지면 또 먹이를 물색하고 사기를 친다.
몇 번은 성공할 수 있겠으나, 결국 걸리게 되어 있고, 기나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말로... 뿐이다.
사기를 치고도 넓게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많은 돈을 가지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좋은 집과 차를 가지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내면은 이미 지옥일 것이고, 밤마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할 것이며,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자기 돈을 빼앗길 까봐..
나도 그렇게 돈을 벌었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사기꾼으로 보이고, 내 재산을 언젠가 누군가 빼앗을 것 같다.
늘~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돈이 많아도 인색하여 인심을 잃게 될 것이다.
좋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은 당연히 인성도 좋지 못하다. 그런 인성을 가진 사람에게 좋은 친구나 이웃이 있을 리 없으며, 그에게 웃으며 접근하는 사람은 오로지 그의 돈을 노리고 오는 또 다른 도적들뿐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철저하게 외로워진다.
돈이 많아서 돈을 쓰면서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술 마시고, 유흥을 즐기면 뭐 하나.. 그런 것들은 그때뿐이고, 그 쾌락이 끝나고 나면 더 깊은 우울감이 찾아온다.
자식들에게 의지를 해 보지만 그 부모에 그 자녀들이다. 자녀들도 부모를 오로지 돈으로 볼뿐이고, 겉으로는 웃고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부모와 달리 자식이 착하다고 하더라도 남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과보를 그 자식이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돈이 많으면 뭐 하나 내 마음이 지옥인 것을..
차라리 돈이 없고 마음이 편한 것이 100배 낳다.
오히려 돈이 없었을 때가 그립고,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행을 가져다줄 것이고, 그 돈 때문에 가족들이 싸우게 되며 근심의 씨앗이 된다.
그 돈을 한 번에 기부해 버리고 싶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불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자기가 가진 돈을 전부 주고서라도 그 불행에서 벗다나고 싶어 진다.
어떤 사람들은 돈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아무리 자기에게 불행한 일이 생겨도 돈만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하늘을 이길 수는 없다.
용케 한번 버티더라도 쌓인 업을 풀지 않는 이상 더 큰 불행이 오고, 또 버티고 초인적인 독한 마음을 가지고 버티더라도 전 보다 더 큰 불행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내가 굳이 그 사기꾼 놈을 찾아 벌 줄 필요 없다. 사기꾼은 차라리 인간의 벌을 받고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