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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Aug 11. 2024

고구마치즈돈까스 한 입

너와 나의 소통창구. 돈까스

2박 3일의 휴가를 앞두고 고1, 큰 아이와 싸웠다. 마취하는 게 싫다는 이유로 이미 예약된 치과 진료를 거부하는 녀석은 2박 3일의 휴가도 가기 싫다며, 가족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모든 게 본인 위주로 돌아가길 바라는 아이를 설득하는 게 무의미한 것만 같아서 여행 가기 싫으면 혼자 집에 있으라고 윽박지르고 말았다. 그 뒤 며칠간 말을 섞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어색하게 함께 휴가지에 왔다. 같은 공간에서 아이폰과 에어팟을 한시도 놓지 않는 아이를 보는 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계곡을 가도 숙소에서도 폰만 들여다보던 아이. 이튿날 고모들이 놀러 왔고 다 같이 휴가지 근처 맛집으로 수제돈까스를 먹으러 갔다. 등심돈까스, 치즈돈까스, 고구마치즈돈까스를 주문하고 꽤나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음식은 나오지 않았다.

 돈까스를 보니 아이가 어릴 적 즐겨가던 맛집이 생각났다. 수프, 돈가스, 케첩과 마요네즈에 버무려진 양배추 샐러드. 옛날 경양식처럼 나오던 그 돈까스를 아이가 무척 좋아했었다.


 "너 어릴 때 xx동 살 때 돈까스집 기억나? 신발가게 옆에 있던 가게. 우리 거기 자주 갔는데..."


 " 아 거기. 대충 기억은 나. 맛은 잘 모르겠고."


넌지시 건넨 물음에 드디어 폰에서 눈을 떼고  말을 한다. 자기는 돈까스집 보다 떡꼬치 파는 분식집이 맛있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분식집 옆에 있던 유기농 빵집에서 늘 사 먹었던 올리브 치아바타 얘기까지 줄줄이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술술 풀렸다.

 어색한 감정이, 차가운 순간이 돈까스 얘기 하나에 이토록 쉽게 녹아내릴 줄이야. 함께 했던 추억이야기가 우리 관계에서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 알게 됐다.

  돈까스가 테이블에 올라왔고 조심스러운 칼질에도 불구하고 고구마와 치즈가 마구 흘러나왔다. 얼음 같던 우리의 공기가 따뜻하게 녹아내린 것처럼 말이다. 고구마치즈돈까한 조각을 아이에게 넘겨주고 등심 돈까스 한 조각을 받았다.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그렇게 달달할 수가 없었다.


결국 느끼해서 다 먹진 못했지만 돈까스 식사 이후로 아이를 대하는 게 편해졌다. 다음번 싸웠을  다시 돈까스 추억을 써먹어야겠다.


" 너 우리 제천 가서 먹은 수제 돈까스 기억나? 되게 늦게 나왔잖아, 맛은 좋았는데..."






#휴가#돈까스#사춘기#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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