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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뛰뛰빵빵 Aug 29. 2023

오늘도 노숙을 한다.

길거리에서 잠자면 노숙자인데...

안개때문인지 산불 연기때문인지 분간이 안된다.

캘리포니아 북부로 올라와 오레곤을 향해 가는중이다. 인근에 국유림에서 산불이 났다는데 지난 주에 있었던 낙뢰가 원인이란다. 참 대책도 없는 이유의 산불에 속수무책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인지 연기인지 운전하는 시야를 가리운다. 이럴 땐 서행운전이 최고. 남이 뭐라하든 내 편한 속도로 운전한다.


그래도 점심때가 지나니 안개는 물러가고 뿌연 연기는 남았지만 해는 중천에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가라서 그런지 낮 기온은 섭씨 20도를 넘지 않는다. 그늘에 들어가면 쌀쌀함을 느낀다.


저녁되어 갈 무렵 결정했다. 오늘은 노숙을 하기로 말이다. 101번 도로상의 바닷가 피크닉에리어에서 잠을 잘 수 있다고 전화기 앱에서 알려준다. 거기로 가보기로 했다.


벌써 여러대가 와 있었다. 그 사이에 공간이 있길래 비집고 들어갔다. 옆자리 중년의 미국인 아저씨가 반긴다. 지붕에 걸터앉아 맥주 한잔 하고있는 그가 참 평화스러 보인다. 옆차는 독일 번호판을 단거보니 젊은이들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중인가보다.


차의 뒷문을 여니 바로 바다다. 파도치는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밴라이프를 시작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중 하나가 뒷문 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파도소리 자장가삼아 자는 것이었다. 작년 워싱턴주 갔을 때, 처음 해보고 혼자서 감동먹었던 기억이 새삼난다.


이 동네 아저씨들이 낚시대들고 왔다.

시끌벅적했지만 고기는 한마리도 못잡고 가져온 연어를 바비큐 불판에 올리고 굽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먹어보라고 한조각을 준다. 시골아저씨들 인심은 여기나 저기나 같은가보다.


갑자기 하늘에서 구릉거리더니 빗방울이 쏟아진다 동네 아저씨들은 서둘러 짐을 챙겨 돌아가고 여행자들만 비 아래 남았다. 하긴 우리네는 여기가 집이니.


밤새 두닥거리던 비는 하늘이 훤해지면서 잦아들었다.

뒤문을 여니 가랑비가 회색빛 바다위에 동글동글거린다



아침의 도로는 역시 안개가 자욱해서 속도를 낮추고 조심해야 했다. 오레곤에 접어 들었다. 여기저기 오레곤 코스트를 둘러보다 보니 다시 저녁이다. 또 노숙이다.

이번에는 길가의 작은 공간에 차를 세웠다. 절벽아래로 바다가 보인다. 물을 만질 수는 없지만 시원스레 보이는 바다는 해지는 저녁 노을을 기대하게 한다.



저멀리 바다 끝에 몰려있는 구름 뒤로 해가 들어가자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진다. 노을이고 뭐고 그런건 없다. 그냥 밝았던 세상이 어두워진다. 서너대의 차박족들이 작은 공간에 모인다. 길가라 지나가는 차들 소리가 초저녁에는 시끄럽더니 밤되니 잦아든다.


길거리 노숙은 밴라이프 시작하면 할 만큼 해봤지만 아직도 긴장하고 기대하는 그런 밤이다.

오늘도 길거리에서 하루밤을 보내니 난 노숙자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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