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의 기억

금값 고공행진!!

by Miranda

금값이 이렇게나 오를 줄은 몰랐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1돈짜리 금괴들은 이미 진작에 다 팔아버리고 지금은 액세서리로 하고 다니는 금만 겨우 살아남았다. TV를 틀면 금값이 올랐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친정엄마가 너무나 행복해하며

"너네가 예전 내 생일 때 해줬던 금반지 3돈짜리 말이야. 그게 지금 돈이 얼마니"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우리 딸을 출산했을 때 나는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고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었다.

출산휴가 3개월이 끝나고 복직을 해야 했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친정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졸지에 친정엄마는 뒤늦은 육아를 하게 되었고 아이가 3살이 되어 직장 어린이집에 입학을 하기 전까지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전적으로 받았었다. 그래서 우리 딸에게는 외갓집은 어릴 때 나고 자란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딸을 낳고 처음으로 맞는 엄마의 생신.

흔쾌히 육아를 도와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할 길이 없어 금반지를 선물로 해 드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사실 그 무렵 남편은 대학원생으로, 나는 외벌이 직장인으로 대학교 기혼자 숙소에서 살며 형편이 그렇게 안정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감사함을 그렇게라도 표시하고 싶어서 무리를 한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금값이지만 그때의 우리에게는 엄청난 무리를 해야 하는 금액이었다.


방법은 하나!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금 중에서 쓰지 않는 금을 팔고 차액만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이었다.

안 쓰는 금들을 여기저기서 모아봤다.

사실 금이 별로 없어서 모을 것도 없었지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남편의 커플링!!이었다.


그 당시보다 더 금값이 쌀 때 남편이 전여자친구와 했던 커플링인데 그게 내 손에 있었던 것이었다.

쿨하게 팔아버리고 엄마의 금반지 절반 가격을 해결했다. (물론 남편의 동의를 받았고 둘이 손잡고 가서 바꾼 것입니다!)


남편의 커플링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사연은 이러했다.

사실 남편과 나는 원래 친구사이여서 서로의 전 연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기에 과거가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에 갔었는데 아버님께서 무언가를 열심히 정리하시다가 나를 보시더니 후다닥 정리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호기심에 아버님 뭐 하시냐고 쫓아가서 살펴보았더니 남편의 전 여자친구와 주고받았던 편지와 커플링을 혹시 내가 볼까 봐 치우고 계시던 중이었다. 아버님은 나를 보시더니 우물쭈물하셨고 이런 건 괜히 보지 말라며 숨기셨다. (아버님 괜찮아요. 저도 예전 연애편지 아직 못 버렸거든요...)


아버님께 그럼 편지는 아버님께서 처리해 주시고 반지는 제가 가지고 갈게요라고 말씀드리고 주머니에 넣어 온 것이었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쓸 줄은 몰랐다. 남편의 추억을 녹여 육아를 도와주시는 친정엄마의 감사 표시로 재탄생시켰다. 남편은 금은 금일 뿐이라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고 나도 금은 금일 뿐이라며 개의치 않고 감사히 사용했다.


아버님, 그리고 엄마!

금은 금일 뿐이랍니다.


하지만 아버님과 엄마에게 이 사실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어른들께 말씀을 안 드리는 편이 좋겠다며 결론을 내리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러는 편이 좋겠다며 합의했다.)


쉿!


지금은 잠시 금값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나중에 또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게 되면 다시 생각이 날 것이다.

금값이 폭등할 때마다 떠오르는 우리의 추억이다.

다시 또 언제 이 추억이 생각나게 될지 기대된다.


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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