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소유도 괜찮아. 집착만 하지 말자.

by Miranda

중학교 시절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 다시 그 책을 읽는다면 그때와는 느낀 바가 많이 다를 것이다.

한창 사춘기 때 정말 가볍게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하나 있는데,

스님께서 난 화분을 선물로 받게 되고 그 난 화분을 키우면서 관련된 서적도 찾아 읽고 날씨에 따라 화분 위치도 바꾸고 또 외출해서도 그 난 화분 때문에 근심 걱정을 하면서 난 화분에 대한 집착 때문에 마음이 괴로워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난 화분을 친구에게 줘 버렸을 때 해방감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소유에서 오는 많은 집착과 번뇌들.

나처럼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집착과 번뇌가 따라올까.


얼마 전 동네 식료품 가게에 갔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계산대 직원분이 홍시를 예쁘게 닦아 팩으로 포장을 하고 계셨다.

하던 일을 끊고 계산하기가 그래서 직원분은 나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저는 괜찮다며 천천히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홍시 포장이 끝나고 계산을 해 주시면서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홍시 한 개를 서비스로 주셨다.

그런데 그 홍시가 문제였다.

그냥 감이 아니라 홍시지 않는가. 너무 예쁘게 닦아 반질반질 윤이 나지만 조금만 힘을 가하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홍시.


장을 볼 게 더 남아 있어서 좀 더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 홍시가 신경이 쓰였다.

손에 들고 다닐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봉지 안에서 터지지 않을까 싶어 봉지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어정쩡하니 우스웠다. 홍시 한 개가 뭐라고 평소 때는 천천히 온갖 상가를 다 돌아다니며 장을 봤는데 오늘은 꼭 필요한 것만 사서 얼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장 보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는데도 집에 오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오자마자 홍시부터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놓으니 웃음이 나왔다. 쪼꼬만 홍시 네가 뭐라고 내가 그렇게 절절맸던 거니.

너무 화가 나서 바로 먹어치워 버렸다.

너무나도 후련하다. 법정스님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감히 비교해 본다.


나는 남들에 비해 물건이 많은 편이다. 우리 아빠 말에 의하면 내가 쥐띠라서 여기저기 물건을 모아 둔다고 하셨다. 그런데 요즘은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책과 영상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마치 나의 풀소유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런 생각들이 은근한 스트레스였던 모양이었다.


몇 달 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불교박람회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아주 가슴에 와닿는 말을 보게 되었다.

[풀소유도 괜찮다! 집착만 하지 마라!]였다.

내 죄책감을 절반은 덜 수 있는 말이었다.

그동안 소유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행위도 어쩌면 집착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소유와 무소유 이런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에 의해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더라도 집착하지 않고, 또 어떤 것은 남들보다도 더 미니멀함을 유지하면서 나만의 균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교이지만 불교의 말씀에 많은 공감과 깨달음과 배움을 얻고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이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 박람회에서 나는 반가사유상 모형을 샀다.

책장 위에 올려두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또 다른 반가사유상을 샀다.


이제 다시 시작됐다. 반가사유상 모으기....

천성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집착 많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2025.11.01




작가의 이전글얘들아 내가 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