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현재 인간 사회의 정치 체제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 이 '민주주의'는 요즘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다. 수천 년 동안의 인간 정치사를 통해 많은 검증과 수정을 거치며 현재의 민주주의 체제가 성립되었고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는 많은 나라의 시민들은 이 체제의 효율성에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효율성이 단순히 경제적인 효율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학에서 '효율'이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의미한다. 과연 시민들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실 가능, 불가능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전에 이미 현대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정치는 저런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런 경제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정치의 모습은 수천 년 전 그리스 시대에 추구했던 철인 정치와 맥이 맞닿아 있다.
지-덕-체가 완전한 한 인간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존하는 철인 정치는 정의로운 개인을 통해 정의로운 국가가 성립된다고 주장한다. 철인 정치는 사실 완전하고 이상적인 정치 체제일 수 있으나 그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가장 위험하고 폭력적인 정치 체제로 변해버린다. 인류는 그동안 역사를 통해 철인 정치와 유사하거나 혹은 의도가 비슷한 (왕정과 같은) 정치 체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권력의 집중이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비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학습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금의 민주주의는 (그것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한 개인의 능력과 사상에 의존해 정치가 이뤄지는 것을 철저히 지양한다. 국가의 권력을 철저하게 분리시키고 시스템을 통해 권력과 권력이 서로를 견제하며 한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치 체제를 지향하는 것이 현재의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은연중에 정치적 영웅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혹은 더 살기 좋게 만들어줄 누군가를. 하지만 현대의 민주주의는 그런 모습을 지향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개인에 의한 정치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추구한다. 비록 이 시스템이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성과가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는 역사의 경험을 통해 단기적 성과와 효율을 위한 정치가 가져올 치명적인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적 민주주의를 채택해 왔다. 그리고 바로 이 것이 현대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효율'이다. 정치적 선택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
현대는 더 이상 영웅적 개인에 의해 역사가 쓰이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역할과 능력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를 만들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2017년 그리고 그 뒤의 미래다.
우리 대한민국이 더 이상 빨리 가는 것이 아닌 더딘 발걸음으로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2017. 02.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