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태어날 때부터 내게는 아주 가까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그래서 나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친구 덕으로 지금껏 살았다. 그 친구의 이름은 엄마,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름, 엄마이자 김원화. 그런 친구를 하나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이 맵고 독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 일인지 함께한 수많은 생의 순간들을 관통하며 알게 됐다. 과연 나는 엄마에게 그런 무기가 되는 딸이었을까?
2025년, 너무 짧아서 온 지도 모르는 가을이 이제 그만 가려는 무렵 나는 대학 졸업 후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책을 많이 읽고, 자주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었다. 대학시절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수확 시즌을 맞이하며(신춘문예 투고 시즌)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소설이나 시 같은 것들은 쓰지 못한 상태였지만 내가 다시 글을 쓴다면 그게 꼭 엄마의 이야기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글을 이 가을이 다 가버리기 전에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5년 10월 31일, 그러니까 엄마의 양력 생일 (음력 9월 11일)을 기념하여 시작하려던 글을, 이틀이 조금 더 지나 드디어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기억하는 엄마를 글로써 복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흐릿하지만 남아 있는 기억에서부터 또렷하게 떠오르는 기억까지를 기록하려던 이 글은, 내가 기억하는 순간과 엄마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어지는, 일종의 엄마 인터뷰집이 될 것 같다.
우리 모녀는 세상의 모든 모녀들 중에서도 아주 각별한 사이로, 자주 만나고 자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자주(매일) 통화를 하지만, 막상 엄마를 인터뷰한다고 생각하니 평소와는 다른 대화 주제들이 (벌써부터) 내 마음속을 일렁이기 시작한다.
엄마를 인터뷰해보겠다고,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하고 마주 앉아 첫 질문을 던졌을 때 엄마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는 이의 모습, 너무나 해사한 미소, 나를 낳아 엄마가 되어 그 삶을 살았다는 것에 단 한 점도 후회가 없는 것 같은 사람의 표정. 그 완전 무결한 행복의 미소 앞에서, 나는 마음으로 많이 울었다. 그리고 그 답이 무엇이든 결국 그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느꼈다.
이 이야기는, 스물아홉의 김원화가 1살의 딸 (한국나이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던 시절이었다) 강윤영을 낳던 날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