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철저히 최신 추세를 따른 외관
ㆍ 앰블럼 대신 태극기 넣은 범퍼
ㆍ 쾌적한 듀얼 디스플레이 탑재
쌍용자동차가 16일, 경영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토레스의 전동화 모델 '토레스 EVX'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토레스의 모델명 EVX 중 EV는 전기차를 의미하고, X는 익스트림(eXtreme)에서 따와 EVX가 되었다. 다행히 과거와 같이 렉스턴 스포츠 칸, LPG 하이브리드 같은 맥락 없는 작명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X의 익스트림은 전기차의 한계를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과 도전정신의 가치를 담았다는 설명도 했는데, 뚜렷한 의미가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토레스 EVX의 디자인은 매우 익숙하다. 현대 코나의 디자인과 비슷해서다. 상단의 주간주행등은 현대자동차의 끊김 없이 연결되는 주간주행등(심리즈 호라이즌 램프)와 매우 유사하다. 특히 중간에 끊기는 부분이 코나 일렉트릭의 픽셀과 비슷하다. 현대차는 이를 '픽셀'이라고 표현하는데, 쌍용차는 이를 '도트(Dot)'라고 표현했을 뿐 사실상 비슷하다.
그래도 쌍용차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흐름을 따르면서도 나름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보했다. 주간주행등 사이에 입체적인 포인트를 넣어서 마치 수직형 그릴이 있는 것처럼 형상화했고, 시선은 현대자동차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처럼 상단으로 쏠리도록 처리했다. 또 코나의 얇고, 긴 주간주행등은 실제 재료의 원가가 비싸서 아반떼나 스타리아에도 적용하기 힘들 정도인데, 쌍용차는 이런 문제까지 고려해 디자인과 원가 문제를 영리하게 풀어냈다.
이렇게 긴 주간주행등을 넣으면 헤드램프 위치는 낮춰야 한다. 토레스 EVX도 코나처럼 헤드램프 위치를 낮추면서 기존에는 안개등이나 공기흡입구 자리였던 범퍼 하단부로 배치했다. 헤드램프 자체를 차량 바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면서 역동적인 스타일을 구현한다.
코나는 도심형 SUV를 지향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모든 면이 매끄럽다. 공력성능도 0.26을 기록할 정도로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전비에도 신경을 많이 쓴 디자인답게 모나도록 튀어나온 디자인이 없이 매끄럽다.
하지만 토레스 EVX는 오프로드 스타일을 강조한 모델인 만큼 범퍼 형상도 조금 더 투박하면서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전기차이지만 전방에 에어 셔터 그릴을 배치했고, 하부에도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공간을 뚫어 놓았다.
독특한 디자인 포인트는 번호판 좌우의 입체적으로 뛰어나온 장식이 바로 견일을 위한 '토잉 커버'인데, 자세히 보면 태극긱의 건, 곤, 감, 리 중의 해와 불을 상징하는 '리'와 같이 표현됐다. 쌍용차의 앰블럼은 삭제됐지만, 오히려 태극기의 문양을 넣어 국산차의 이미지는 강조했다.
실내 슬림&와이드의 인체 공학적 설계로 최신 차량이 갖춰야 할 기존 사양 중 하나인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동차 시장에서 규격화된 사이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쌍용 토레스 EVX에도 역시 같은 제품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래픽 디자인이 중요한데, 현재 공개된 사진에서는 특별히 튀는 것 없이 깔끔한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보면 추구하는 바가 뚜렷하다. 하지만 쌍용차 토레스 EVX에서는 이런 철학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어도 상황에 맞춰서 트렌드를 따르며, 쌍용차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준중형, 중형 SUV 급에서는 마땅한 국산 전기 SUV가 없는 상황인데, 토레스 EVX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