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있는 글
알 수 없어도 재미있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새롭게 쓴 글
자기 생각을 쓴 글
마음에 있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있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쓴 글
마음이 느껴지는 글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밖에 나가 정신없이 거닐기라도 해야 진정이 될 흥분과 열기를 일으키는 글을 좋아한다. 글을 읽기 전과 후의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글로 인해 나는 달라졌고 다른 세상도 만날 수 있다.
그런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쓰지 못한다. 내 글을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지 못한다. 글재주가 없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나도 알 수 없는 삼박자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우겨본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모르지만 무엇을 쓰고 싶은지는 알아야 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알 수도 있고 글을 쓰고 보니 자신이 하려는 말을 스스로 깨닫기도 한다.
내 첫 책은 글을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알게 된 경우에 속한다. 초고를 완성하고 나서 다시 들여다보기 싫어 한동안 펼쳐보지 않았다. 글을 쓰는 동안 일어난 과거 생각과 감정으로 인해 힘들었다. 그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에 이르러 다시 글을 보았을 때 거기에는 내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심심하고 평범한 글이었다. 뭔가 허탈하기는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쓰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쳐 쓰면서 이번에는 내 생각을 명확하게 적었다.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협성재단 뉴북 프로젝트 공모에 1차 합격하고 면접을 볼 때 글이 여러 에피소드로 이뤄졌고 하나의 에피소드가 동화처럼 마무리되어 예쁜 이야기 엮음 같다는 평을 들었다. 최종 합격된 후에 출판사 편집자에게 수정 사항이 메모되어 돌아온 원고를 보니 내 의도와 다르게 읽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자신이 쓴 글이 어떻게 읽히는지 주변 사람에게 솔직한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뼈 때리는 말을 듣게 될지라도 얻는 게 많다. 좋은 글을 쓰기를 바란다면 단단하게 정신과 마음을 무장하고 글을 보여주기를 권한다. 내 소중한 글이 지금은 천대받아도 환골탈태하여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