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를 따라서
캐롤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에서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라고 정의를 내리는 순간을 만화경 같은 변화라고 표현했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난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리가 맑아졌다. 눈에 구절이 닿자마자 머리로 스며들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의 복수를 돕던 이모님의 대사 "나는 매 맞고 살아도 명랑한 년이에요."를 떠올리면서.
아무리 자발적이라고 해도 은둔자는 고독과 단절의 아이콘으로 외롭고 우울하리라고 추측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도 웃는 일 없이 무력하고 절망에 빠졌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선언, 캐롤라인 냅은 스스로의 선언으로 은둔자와 같은 자신을 긍정했다. 금요일 밤에는 사교 모임 활동이 있어야 하고 연애는 6개월 이상의 공백이 없어야 하며 주말을 혼자 보내서는 괜찮은 삶이 아니라는 통념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은둔자와 같이 홀로 지내는 시간을 즐거워 하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녀를 따라서 좋은 일보다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상상하고 대비하는 자신에게 명랑하다는 정의를 붙여본다. 안타깝게도 아직 새로운 전개를, 새로운 분위기를, 새로운 의미를 취하진 못한다.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