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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전 Nov 13. 2022

'실패 이력서'로 재외 한국학교 도전(1)

어릴 적부터 20년 간 오로지 선생님이라는 한길을 팠던 나는, 모순적이게도 교사가 된 이래로 교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만 한 교사였다. 수도 없이 번뇌하고 울었다. 10년 간 고민했으면 이제는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 했다. 아무 결단 없이 아무 변화 없이 더 이상 투덜대기만 할 수는 없다. 그래, 어차피 결혼도 안(못) 했고 집도 없고 갚아야 할 대출금도 없으니 따지고 보면 나에겐 걸릴 게 없다. 일단 저질러보자. 몇십 대 일을 자랑했던 재외 한국학교 교사 경쟁률이 코로나 19로 선생님을 뽑지 못해 재공고가 몇 차례 나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 해외 한국학교로 가 보자. 한때 나의 로망이지 않았는가. 거기서도 교사가 안 맞다고 생각하면 미련 없이 그만두자,라고 호기롭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만두지는 못할 거고... 정 안 되면 계약을 해지하고서라도 돌아갈 이전 학교가 있지 않은가. 나는 자기소개의 지원동기에 과감하게 '실패'를 키워드로 써 보았다.


OO한국학교 교사로 지원하게 된 계기는 ***‘XXX(본인 이름)의 실패 이력서(CV of Failures)’***를 작성한 후 생긴 도전 의식 때문입니다. 올해 고3 담임으로 제자에게 선물하고자 산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 발견한 실패 이력서는 9년 차 교사인 저에게 오히려 더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력서란 빛나는 성취 업적들을 나열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지만, 실패 경험 역시 인생이라는 큰 여정에서 분명 발전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도전의 일환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감추고 싶었던 실패 내역을 용기 내어 써 내려가다가…


본교 지원 동기로서 첫 문장인 “‘실패 이력서’를 작성한 후 생긴 도전 의식”은 과장된 감이 없지 않으나, ‘실패 이력서’를 쓴 건 진짜이며 사실이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있었던 실패 경험을 하나씩 써보았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던, 가족들에게까지 숨기고 있었던 모든 사항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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