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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전 Nov 15. 2022

서울대 나왔는데 왜 교사하세요?(2)

작가 신청 심사를 통과하고 글을 업로드한 지 겨우 이틀째인데, 많은 분들이 "서울대 나왔는데 왜 교사하세요?"(https://brunch.co.kr/@artisticlifeand/2) 글을 읽어주셨다. 부족한 글에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구독도 해 주셨다. 얼떨떨할 뿐이다. 이 주제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 볼 용기가 더욱 샘솟았다.


나 또한 한때는 열정이 폭발(!)하는 교사였다. 어릴 적부터 교사만을 꿈꾸던 교사였으니. 그렇게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되고 나서 얼마나 해보고 싶었던 게 많았겠는가. 나는 몇 년 간 잠도 자지 않고 아이들의 똘망한 눈빛을 생각하며 수업 준비를 해댔다. 대학 재학 시절,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새 과제하듯 말이다. 그 와중에 '담임과 함께하는' 교외 체험학습도 갔고(...),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어먹기도 했다(그때 만든 것 중 식빵으로 감싼 치즈스틱이 있었는데, 태어나서 튀김 요리를 처음 해봤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모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초대를 받아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어 그 감사함을 꼭 아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교사가 되고 나서 겨우 2년 차(약 8년 전)였을 때 작성했던 재외 한국학교 교사 지원서에도 그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 아, 어느새 희미해졌지만 나도 이런 이상과 꿈을 품고 있었구나. 



  “서울대학교까지 나와서 왜 선생님을 하시나요?”, “선생님 하실 거면서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두 질문은 대학에 입학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럼 저는 웃으면서, “학생들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서울대를 나왔으니까 선생님 해서 삶에 대해 말해주어야지요,” 그리고 “교사란 아이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존재인데, 당연히 다양한 경험을 해야 아이들에게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알려줄 수 있지 않은가요?”라고 반문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입니다. 저로 인해 학생들이 내적으로 성숙하고 변화하며 깨닫는다면 그 이상 기쁜 일이 없습니다. 아직 많은 것이 서투른 교사이기는 하지만 저의 교육 철학은 교사가 된 이후에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교사를 평가하는 척도에는 그 교과에 대한 깊은 지식과 전달력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진정한 교사에게 ‘교육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빠질 수 없습니다. 학생에게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임하는가, 항상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가, 그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는가, 그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경험’은 교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점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체감하여, 책상에 앉아 이론으로만 습득하여 설파하는 교사 이상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지만 보람이 있다고 믿고 일부러 일을 도맡아 배움을 추구하는 것이 제 성격입니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자발적으로 했던 각종 봉사활동과 동아리 활동, 미국 교환학생으로서 도전한 일, 서울사대부설 XX학교에서의 대표 교육실습생으로서 공개수업을 한 것을 비롯하여 교사로 임용된 후에 한 학기에 두 번 이상 자발적으로 공개수업을 연 일, 수업동아리와 수업연구회에서 함께 수업 공부를 한 일 등은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00학교는 저의 경험에서 비롯된 재능을 나누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학교라고 믿습니다.

                                                                ...

  모둠 수업을 통해 친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학생들에게 와닿는 주제를 제시하는 것은 교사의 몫입니다. 학생들의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높여주되, 본론과 결론은 모둠 토론과 토의, 질문과 발표 및 표현을 통해 스스로가 이끌어낼 수 있게끔 조력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학생들 간의 의사소통하는 능력과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고등학생은 입시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단순히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거나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부하는 과정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활용할 것입니다. 저의 고등학생 때의 일, 대학 진학의 경험, 대학생 때의 다양한 경험이 그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다가갈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이상과 열정만 가득했던 2년 차 교사는 재외 한국학교 면접에서 당연하게 탈락했다. 8년 전 글을 다시 꺼내보니 심히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기특하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나의 이상을 펼쳐왔는가? 아니, 전혀 아니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깨졌으며 곪았다. 실패 투성이었다. 오히려 내가 혐오해 마지않았던 심드렁하고 안일한 교사만큼도 못해낸 것 같다. 이후 이야기는 10년 차 교직 생활을 돌이켜보며, 눈물 흘리며 작성했던 '실패 이력서' 내용을 소개하며 계속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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