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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호 Jul 01. 2024

동업자 부부

서운함도 잠시, 본질은 하나

#동업자부부


주말이 더 바쁜 숙박이라는 직업의 세계. 주중엔 주간 직원이 있지만 주말엔 주인장이 발 벗고 나서야만 한다. 24시간 쉬는 시간이 없이 돌아가는 모텔이라는 거대한 알 속에서 남편과 나는 딱 절반의 시간을 나누어 일한다.

 



그날이었다. 새벽 6시 30분 정도 남편이 선발대로 출근을 하고, 오전이나 오후 12시 정도 내가 유연성 있게(그날 손님의 정도에 따라) 출근을 한다.

 

 

 

 

 

“오늘은 몇 시까지 갑니까? 11시? 12시?”

 

내가 보낸 문자에 돌아오는 답변.

“12시 30분까지 오세요.”

 

여유 있는 시간에 신이 난 내가 다시 답을 한다.

“눼눼, 감사함미당!!”

 

이모티콘도 투척한다.



 

 

12시 20분쯤 큰 아들과 가게에 도착한 나를 보며 인상을 팍 쓰는 남편.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계속 짜증 연발이다. 따져 물을 수 있지만 영업하는 가게에서 시작부터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기에 묵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계속되는 공격에 맘이 좋지 않다.

 





남편이 객실에 올라가자 아들에게 묻는다.

“왜 저래?

 

민망해진 아들이 웃어 보인다.


“엄마, 일단 직원의 실수에 화가 났고, 거기에 별점 1개 악성 리뷰에, 비흡연실에 흡연한 손님까지 있는 상황에 엄마가 얻어걸린 듯 하하!!!! 아니면 엄마가 만만해서... 하하하!!!! 그냥 갱년기인가?”

 

 


남편이 돌아오고 내가 묻는다.

“12시 30분까지 오라며? 그래서 12시 20분에 온 건데 왜 화가 난 거야?”

 

남편이 대답한다.

“12시 30분까지라고 꼭 그 시간에 오란 법이 어딨어? 참 게으른 여자구만. 당신같이 게으른 여자는 처음 봤어.”

 

어이가 없던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오케이. 알겠어.’



 


그 후로 주말엔 11시 이전에 출근을 했고, 남편은 멋쩍은 듯이 웃는다.


“12시 30분까지나 오라니까 자꾸 11시에 오냐? 당신 힘들게.”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6월 29일 일요일 오전에 문자 한 통이 울리고, 답장을 한다.


-오늘은 당신 12시 30분까지 와.


-눼~ 감사함미당..이따 봐유

 

 

 


무심코 던진 나의 말이 화근이었나?

“오빠 아버님 많이 힘드신가 봐.”

(참고로 우리 가게는 아버님께서 초벌 쓰레기 치우기와 환기를 도와주신다)

 

또... 남편이... 남편이가... 남의 편에 서서 외친다.

“12시 30분까지 오면 어떡하냐? 주말인데 11시까지는 와야지. 아버님  힘드시다고. 주말에는 내가 아버지 일을 도와야 해.”



 

 

뭐지? 이 상황은? 아...아니... 여보시오. 아자씨!!!!! 12시 30분에 오라면서요. 나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하나여????? 흐흑...... 늘 11시까지 오던 사람에게 왜 또 늦게 오라고 선수문자 보내고 질타를 하냐고!!!!! 흐흐흐......

아~~~~~~ 어쩌란 말이냐? 요런 노래도 생각이 나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 진짜 질린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드는 나!

 

 

모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거니까. 남편은 내가 힘들까 봐 천천히 나오라고 한 거고, 난 아버님이 힘드실까 봐 힘들어 보인다 얘기한 거고, 아버님께선 우리 가게를 위해 도와주시는 거잖아. 다들 잘해보자는 마음이 본질인 거잖아. 이건 화낼 일이 아니고 오히려 칭찬해줘야 하는 걸?!

 

당장의 쓴소리에 서운하다는 마음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똑같이 화로 맞서기보다는 개선점을 찾아야지. 그게 지혜로운 거야.  다음부터는 11시에 나오도록 하자. 네 가게야. 네 업장이야. 네 거야. 네 가족이고 네 사람들이잖아.  

너부터 움직여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보는 6월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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