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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Jun 24. 2023

버티는 시간

2023.06.23

나는 내가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임무들을 하나, 둘 완수하고 나면 그다음까지의 과정을 버티는 것이 괴롭다.

결과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중간의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텐데, 요즘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력서 한 줄 한 줄 사이의 간격이 더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고 있다.


결과만을 생각하니 더 이상 과정이 즐겁지도 않거니와, 그저 버틴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력서에 남는 직함, 타이틀 등은 내 다음을 결정짓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남들이 보기에 성장을 하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만족도는 비슷하거나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당장 즐거운 것만 추구하는 것 또한 내가 만족해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예민한 나는 즐거움만 좇는 것도 우울함을 야기할 것 같다.


결국은 과정도 결과도 모두 중요한데 그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어릴 때의 나는 단순한 아이였다. 어른들이 시키는 곧이곧대로 행동했으며, 나에게 주어진 일을 끝낼 때 만족감을 느꼈다. 숙제를 끝내기 전까지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으며, 초등학생 때 유행이었던 닌텐도는 토요일에만 하는 등의 절제도 할 줄 알았다. 목표하는 것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했으며, 중간에 크게 흐트러지는 일은 없었으며,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어쩌지에 대한 걱정만 존재했었다.


지금의 나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하는 게 무엇인지 잊은 지 오래고, 쓸데없이 기준만 높아지고 잡생각만 많아진 어른이다. 어릴 때와는 달리 사회가 내 목표를 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가 목표를 세움으로써 동기부여를 하고자 하지만, 실패에 대한 겁이 많아서 목표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 그리고 정작 원하는 것은 남들에게 티 내지 않고, 그것을 위해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에 둘러싸인 현재, 주위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가치를 지키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해서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인내심과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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