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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Apr 01. 2023

울고 싶던 아이를 웃게 한 공감의 말

 11살 아이가 울고 싶었던 두 번의 순간이 있었다.





이번주, 11살 아이에게는 울고 싶던 두 번의 순간이 있었다.

실제로 한 번은 나를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꺼이꺼이 쏟아내기도 했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오랜만에 아이가 보인 아이다운 눈물이었다.





"괜찮아, 엄마도 그런 적이 있었어~ 선생님도 그런 적이 있었어"




한 번의 울고 싶었던 눈물은 목요일이었다.

하교 후 아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 아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도 했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울고 싶었는데, 그래서 정말 울 뻔했는데 겨우 참았어~

근데 엄마 나 바지 거꾸로 입은 거 왜 몰랐어?"



아이가 울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거꾸로 입고 간 바지 때문이었던 것이다.

11살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는 아침마다 학교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 일과이다.

바쁜 아침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전날 입을 옷을 골라두기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와 마음이 달라졌는데 옷을 바꿔도 되냐고 조심스레 묻는 아이에게

난 웬만하면 오케이를 외쳐준다.

그렇게 어떤 날은 같은 청바지인데도 색깔과 디자인을 이유로 들며 여러 번 갈아입기를 반복하는데

그날 아침이 그랬다.

3번쯤 바꿔 입은 청바지를 입고 바쁘게 집을 나서느라 내 눈에 거꾸로 입은 바지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에 선택된 청바지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정작 아이도 몰랐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혹은 모른 척 해준 채 지나갈 수 있었을까 싶었던 하루는

같은 반 남자친구에 의해 알게 되었다.

"엄마~ 4교시가 끝나고 OO라는 남자아이가 나한테 오더니 너 바지 거꾸로 입은 거 같다고 얘기해 줘서 알았어"

아, 11살 외모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아이가 심지어 남자아이가 알아채고 알려준 이 말을 듣고

정말 얼마나 울고 싶었을지는 말을 안 해도 너무 잘 알꺼같다.



그렇게 아이는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갔고 거꾸로 입은 바지를 갈아입으며 눈물이 나는 걸 겨우 꾹 참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는데, 미처 아침에 알아봐 주지 못한 게 미안할 뿐이었다.

울먹이는 아이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어른들도 옷 거꾸로 입는 실수 할 때 있는 거 알아? 엄마도 앞뒤가 잘 구분 안 되는 치마가 있었는데 그거 거꾸로 입고 나갔다가 집에 와서야 알았던 적도 있었어"

사실이었다. 앞뒤 구분이 잘 안 되는 치마를 거꾸로 입고 나가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집에 와서야 알아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아이에게 얘기해 주자 울먹이던 아이가 금세 깔깔 웃으며 말했다.

"진짜 어른들도 실수하나 보네. 화장실에서 바지 갈아입고 와서 너무 속상해서 눈물 날 거 같다고 선생님한테 얘기했더니 선생님이 내 얘기를 듣고 선생님도 예전에 바지 거꾸로 입은 적 있다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해줘서 나 마음이 괜찮아졌었거든. 근데 엄마도 그랬다니까 정말 그럴 수 있는 거네! 엄마 나 학원 얼른 갈게~ 끊어"



아이는 언제 울먹였냐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신이 나서 학원에 간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이번주 학부모 상담주간에 만나 뵈었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역시 좋은 분이라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럴 수 있어" 한마디만 해주셨어도 아이에게는 힘이 되었을 텐데 선생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는 말은 화장실에서부터 눈물을 꾹 참고 교실로 온 아이에게 따스한 공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괜찮아, 아빠도 그런 적이 있었어"





두 번의 울고 싶었던 날은 금요일이었다.

미술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데리러 가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 아이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이 가득했다.

"엄마 나 지금 엉엉~~"

우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곧 도착하니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을 하며

급하게 서둘렀다. 가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미술학원에서 이제 막 나온 아이가 울고 있는 이유가 뭘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다.



엄마 차를 보고 향해 오는 아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이었다.

그렇게 차 문을 열고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참아냈던 눈물을 쏟아내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는 아이.

"많이 속상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 울어도 괜찮아. 기다려줄게"라는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아이를 보며 걱정이 되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는 눈물을 그치고 말하기 시작했다.

"미술학원에서 대회 나가는 거 있잖아. 그거 아이디어 다 짜고 스케치를 시작했는데 너무 어려운 거야

겨우 그리고 나면 선생님이 각도가 작다고 좀 더 크게 그리라고 하고 그래서 지우고 다시 그리면 이번에는 또 너무 크다고 하고, 그래서 한 시간 동안 동그라미 하나밖에 못 그렸어. 엉엉. 이것도 속상한데 다음 주에 다시 가도

여전히 어려울 것 같아서 더 속상해 엉엉"



아이가 운 이유를 알게 되자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이유를 몰랐을 때는 막연히 걱정되는 마음이 컸지만 듣고 나니 아이가 또 한 번의 성장을 하는 과정이 느껴져 기특한 마음도 들었다. 아이는 그림을 곧잘 그려서 미술대회 수상도 여러 번 했다. 이번 대회는 1등 상품이 3인 가족 여행권이라며 꼭 1등을 해서 엄마, 아빠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 그러니 얼마나 잘 그리고 싶었을까.  하지만 그런 부담을 안고 그리는 그림이 그저 좋아서 그렸을 때와는 무게가 달랐을 것이다.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때마침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는 울먹임을 멈추지 못한 채 전화기를 나에게 건넸고 내가 대신 받았다. 아빠에게 아이가 직접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를 얘기해 주자 아빠는 아이가 들릴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바꿔달라 하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아빠도 그런 적이 있었어. 그래서 OO이 마음을 너무 잘 알아. 아빠는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도무지 안 떠올라서 2주 동안 선 하나만 그린 적도 있었어. 선생님이 다시 그리라고 얘기하신건 OO이가 잘 그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할 수 있는 걸 아니까 얘기하신 거야~"



미대를 나와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아빠, 그래서 평소에도 나는 아빠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아이는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아빠도 2주 동안 선 하나만 그린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부터 웃음을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는 아직 눈물이 매달려있는데도 아이는 연신 웃었다.












평소에는 너무나도 씩씩한 아이가 이번주에만 두 번의 눈물을 참아낼 일이 있었고

그렇게나 서럽게 울던 아이는 어른이 건넨 공감의 말 한마디로 웃을 수 있었다.

새삼 느껴 본 소중한 공감의 말, 아이는 분명 그 말의 힘을 내면에 쌓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 공감의 힘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출처 : 어떻게 말해줘야할까(오은영/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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