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딸 아이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은 아이돌이다.
그래서 댄스학원을 가는 화,목요일은 아이가 너무나도 기다리는 날이다.
더욱이 요즘에는 4월말에 있는 버스킹을 준비하느라 더욱 춤에 진심이다.
"엄마 나 버스킹하는거 절대 친구들한테 말하면 안돼~왜냐면 친구들이 와서 보면 배꼽티입고 춤추는거
좀 쑥쓰럽자나 그러니까 비밀이야"라고 말하면서도
"엄마 나 오늘 OO한테만 버스킹하는거 말했어"
"엄마 생각해보니까 남자애들 빼고 여자애들이 보는건 괜찮을꺼 같아"라며
속 마음은 '초대'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푸훗.
얼마 전 만난 친구에게는 버스킹 의상으로 정해진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너무 화려하지 않아? 너무 짧아보이지?" 라고 말한다.
아이는 그 의상을 꽤나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훗.
버스킹 곡이 정해지고 자리 포지션도 정해지자 아이의 마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시간이 날때마다 집에서 안무를 연습하며 포지션에 맞추어 자리를 바꾸어가며 그렇게 버스킹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의 꿈이 오로지 아이돌만 있는 것은 또 아니다.
원래 꿈은 누군가를 가르치는것이 재미있다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유명해지고 싶은데 학교 선생님보다는 일타강사가 유명하니 일타강사가 되야겠다고 한다.
그래서 최종 꿈은 10대에 아이돌에 데뷔해서 20대에는 일타강사가 되는 것이라는 아이.
"저 선생님 아이돌 출신이래!!!"라고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홍보가 되니
일타강사로 유명해지는데에도 도움이 된다는게 나름 논리를 갖춘 아이의 미래 계획이다.
요즘 아이들이 워낙 빠르고 야무지니 11살에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꿈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
아이를 키우며 새삼 놀라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탐색조차 꽤나 어려웠던 것 같은데 말이다.
어제 밤 아이가 잠든 후 늦게 퇴근한 신랑이 욕실에서 씻고 나오면서 마구 웃기 시작했다.
"나 씻고 있는데 갑자기 샤워부스에서 글자가 하나씩 보여서 깜짝 놀랐자나
근데, OO이 정말 아이돌 되겠는데? 완전 진심이야" 라며 보여주는 사진을 보고 나도 이내 함께 웃기 시작했다.
신랑이 보여준 사진에는 샤워부스에서 뜨거운 김에 드러난 선명한 글씨가 보였다.
"OO은 아이돌이 될꺼야 ㅋㅋ"
저녁을 먹고 아이가 씻으며 써놓은 것으로 보이는 글씨를 보며 신랑도 나도 한참을 웃다가 얘기했다.
우리는 11살에 이렇게나 열정적인 꿈을 가져보았던가? 라는 생각을 나누며
얼마나 되고 싶으면 씻으면서도 이렇게 글씨로 마음을 표현했을까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역시 춤부터 추고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가 어제 씻다가 깜짝 놀랐대~ 갑자기 샤워부스에서 글씨가 보이기 시작해서~"라는 나의 말에
처음에는 뭐지?하고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난 듯 웃으며 말했다.
"아 그거~ 그게 보였대? 그거 그냥 주문같은거야~"
아이의 꿈이 꼭 아이돌이 되어야만 이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되고자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걸 이루기위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가 경험하고 느낄 수 많은 시간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어느 10대의 봄날이다.
#육아에세이
#육아
#엄마육아
#아빠육아
#아이돌
#아이돌의꿈
#일타강사의꿈
#10대의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