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개념을 서서히 알아가며 아이는 물건을 고를 때도 가격과 실용성, 만족도를 놓고 비교를 할 줄 안다.
그런 아이가 아마도 학원에 한 번 갈 때의 비용을 계산하며 '가성비'를 생각해 본 것 같다.
"한 번 갈 때 그렇게 비싼 영어학원에서 멍만 때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 잖아"
며칠 후 영어학원에서 레벨업이 되어 새로운 클래스로 수업을 다녀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바뀐 새로운 반에는 남자애들이 많은데 남자 애들이 수업시간에 뭐 하고 있는 줄 알아?
아니 글쎄 책도 제대로 안 보고 멍만 때리고 앉아있더라고~"
'멍만 때리고'라는 아이의 표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그것도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어휘를 구사하는 아이는 이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원어민 선생님이 남자애들한테 질문을 했는데 애들이 대답을 잘 못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유심히 봤더니 수업시간에 딴짓하고 멍을 때리더라고~
아니 한 번 갈 때 그렇게 비싼 영어학원에서 멍만 때리는건 너무 아까운 일이잖아"
이어지는 아이의 말에 멍만 때린다며 답답해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았다.
나눗셈을 배우며 영어학원을 한 번 갈 때의 비용을 의식하는 아이는 소위 '가성비'와 '본전'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아이에게 더 열심히 수업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까지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온라인 숙제검사하는데 남자애들 2명이나 숙제를 안 해온 거야. 선생님이 아예 접속도 안 했다고 하셨어~ 그래서 내가 애들이 모르나 해서 얘기해 줬거든~ 온라인은 학원비 말고 따로 돈을 내는 거니까 아예 안 할 거면 온라인숙제 끊어달라고 말하라고~ 그랬더니 애들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데 아니 그게 왜 상관이 없어~ 안 할 거면 돈을 내는 게 너무 아까운 거잖아"
영어학원은 수업료 외에 온라인 숙제를 하는 비용을 따로 내는 시스템이기에 아예 접속도 안 하고 온라인 숙제 비용을 내고 있는 '새고 있는' 돈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렇게 아이는 엄마들 세계에서 통할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10분 일찍 와서 더 하고 가는 건 너한테 좋은 거잖아~"
그 후 수학학원에 다녀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 OO이가 오늘 10분 일찍 왔다고 끝나는 시간보다 10분 먼저 가면 안 되냐고 선생님한테 말하는 거야~ 근데 선생님이 그럼 오늘 일찍 온 김에 10분 더하고 가자~했더니 OO이가 그래도 일찍 가면 안 되냐고 다시 말해서 내가 말했어"
아이가 어떤 말을 했을지 대략 예상이 되었다.
"10분 일찍 와서 더 하고 가는 건 너한테 좋은 거잖아~ 원래 학원시간 정해져 있는데 선생님이 10분 더 공부 알려준다고 하는 건데 왜 자꾸 일찍 간다고 해~ 나도 가끔 미술학원에서 조금 더 하고 가자~하면 엄청 좋던데"
라고 말했다는 아이의 마음에는 정해진 시간보다 '더'수업을 하는 것이 보너스 같은 시간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엄마 내가 그 말했더니 선생님이 마구 웃으시면서 나보고 엄청 야무지다고 하셨어"
참 야무진 아이, 돈의 개념을 알고 나눗셈을 알아가며 다양하게 생각이 확장되어 가는 아이다.
엄마 아빠가 내는 학원비의 소중함을 알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스스로 자극을 줄줄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벌써 어떤 가치를 '돈'과 비교하며 느끼는 아이에게 건강한 사고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의 역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도 함께 해보았다.
"엄마 이번주에 다른 일정 때문에 수영 못 가잖아~ 혹시 보강해 주신대? 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