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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Apr 06. 2023

학원에서 멍만 때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잖아~

나눗셈을 배우는 아이, 학원비와 가는 횟수를 적어놓고 계산한 이유는?




4학년이 되어 수학시간에 나눗셈을 배우는 아이가 어느 날 말했다.

"엄마~ 내가 계산해 봤더니 수영학원이 한 번 갈 때 제일 비싸더라고~

영어학원도 온라인 숙제하는 건 따로 돈 내니까 그다음으로 비싸~"

"응?"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얘기인가 했는데 이내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눗셈을 한창 배우던 아이는 자신이 다니는 학원마다 학원비와 가는 횟수를 적어놓고

나누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눗셈을 배우더니 학원비를 계산해 보는 아이의 발상이 너무 재미있었다.

돈의 개념을 서서히 알아가며 아이는 물건을 고를 때도 가격과 실용성, 만족도를 놓고 비교를 할 줄 안다.

그런 아이가 아마도 학원에 한 번 갈 때의 비용을 계산하며 '가성비'를 생각해 본 것 같다.




"한 번 갈 때 그렇게 비싼 영어학원에서 멍만 때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 잖아"




며칠 후 영어학원에서 레벨업이 되어 새로운 클래스로 수업을 다녀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바뀐 새로운 반에는 남자애들이 많은데 남자 애들이 수업시간에 뭐 하고 있는 줄 알아?

아니 글쎄 책도 제대로 안 보고 멍만 리고 앉아있더라고~"

'멍만 때리고'라는 아이의 표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그것도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어휘를 구사하는 아이는 이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원어민 선생님이 남자애들한테 질문을 했는데 애들이 대답을 잘 못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유심히 봤더니 수업시간에 딴짓하고 멍을 때리더라고~

아니 한 번 갈 때 그렇게 비싼 영어학원에서 멍만 때리는건 너무 아까운 일이잖아"



이어지는 아이의 말에 멍만 때린다며 답답해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았다.

나눗셈을 배우며 영어학원을 한 번 갈 때의 비용을 의식하는 아이는 소위 '가성비'와 '본전'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아이에게 더 열심히 수업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까지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온라인 숙제검사하는데 남자애들 2명이나 숙제를 안 해온 거야. 선생님이 아예 접속도 안 했다고 하셨어~ 그래서 내가 들이 모르나 해서 얘기해 줬거든~ 온라인은 학원비 말고 따로 돈을 내는 거니까 아예 안 할 거면 온라인숙제 끊어달라고 말하라고~ 그랬더니 애들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데 아니 그게 왜 상관이 없어~ 안 할 거면 돈을 내는 게 너무 아까운 거잖아"



영어학원은 수업료 외에 온라인 숙제를 하는 비용을 따로 내는 시스템이기에 아예 접속도 안 하고 온라인 숙제 비용을 내고 있는 '새고 있는' 돈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렇게 아이는 엄마들 세계에서 통할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10분 일찍 와서 더 하고 가는 건 너한테 좋은 거잖아~"




그 후 수학학원에 다녀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 OO이가 오늘 10분 일찍 왔다고 끝나는 시간보다 10분 먼저 가면 안 되냐고 선생님한테 말하는 거야~ 근데 선생님이 그럼 오늘 일찍 온 김에 10분 더하고 가자~했더니 OO이가 그래도 일찍 가면 안 되냐고 다시 말해서 내가 말했어"



아이가 어떤 말을 했을지 대략 예상이 되었다.

"10분 일찍 와서 더 하고 가는 건 너한테 좋은 거잖아~ 원래 학원시간 정해져 있는데 선생님이 10분 더 공부 알려준다고 하는 건데 왜 자꾸 일찍 간다고 해~ 나도 가끔 미술학원에서 조금 더 하고 가자~하면 엄청 좋던데"

라고 말했다는 아이의 마음에는 정해진 시간보다 '더'수업을 하는 것이 보너스 같은 시간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엄마 내가 그 말 했더니 선생님이 마구 웃으시면서 나보고 엄청 야무지다고 하셨어"



참 야무진 아이, 돈의 개념을 알고 나눗셈을 알아가며 다양하게 생각이 확장되어 가는 아이다.

엄마 아빠가 내는 학원비의 소중함을 알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스스로 자극을 줄줄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벌써 어떤 가치를 '돈'과 비교하며 느끼는 아이에게 건강한 사고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의 역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도 함께 해보았다.







"엄마 이번주에 다른 일정 때문에 수영 못 가잖아~ 혹시 보강해 주신대? 아~~ 다행이다"

학원에 못 가면 보강까지 야무지게 챙기는 아이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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