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코알라 Oct 17. 2023

결국 대체불가한 내가 되고 싶었구나!

띠링띠링~ 블로그 알림 댓글이 울렸다.




40대라는 늦은 나이에 교육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며 그 과정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갖게 된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저 나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정보 공유를 하고자 시작했던 블로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고, 그렇게 블로그에서의 찐소통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교육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며 겪은 과정에서의 정보를 담았고

학교마다 입시 전형이 다양했기에 그에 따른 공부전략을 세우다 보니 멘토링 강의가 시작되었다.

전공 학문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며 그룹스터디를 운영하게 되었고

실제 교육대학원에 입학해서 비전공자가 겪어야 하는 과정과 극복방법에 대한 글을 올리며

많은 입시 준비생들이 찾는 블로그가 되었다.

올해는 블로그를 통해 소통했던 2명이 후배로 입학하면서 같이 수업을 듣게 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그렇게 블로그에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기초학력강사'에 대한 글도 자연스럽게 게시가 되었다.




나에게 강의 요청을 한다고?




띠링띠링~

이번 알림은 장문의 글이었고 멘토링이나 스터디, 궁금증에 관해 주로 올라오던 글과는 사뭇 달랐다.

강의요청? 나에게 강의요청을 한다고?

그랬다. 나의 블로그를 보고 강사역량강화 연수 중 학습지원대상 아동의 지도방법에 대한 3시간 강의를 요청해 오는 글이었다. 학교와 센터에서 강사로 근무 중인 40명이 넘는 인원이 듣게 될 강의라고 했다.

얼떨떨하면서도 두근거렸다. 외부 강의 경험이 없던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잠시였고 이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렇게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움직였지만, 시기가 아쉬웠다.

한창 대학원 과제가 쌓여가는 시기였고, 교육대학원은 본격적인 입시철이 되며 이미 예약된 멘토링과

스터디가 빼곡했다. 오전에는 협력강사를 하고 있고 저녁에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

나머지는 그야말로 육아를 하며 짬나는 시간에 소화하고 있었는데 교안제작을 위해 3시간 강의 준비자료를 바로 넘겨야 했다. 그렇다고 대충 준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강의가 평일 오전이었기에 학교 일정도 조율이 필요했다.




그땐 내가 아니어도 됐지만 지금은 나여야만 하는.




그렇게 강의 요청을 받고 고민하는 사이 소위 기회는 날아갔다.

며칠 생각해 볼 시간을 구한 다음 일정을 정리해 보고 오늘 아침 연락을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교안제작도

진행해야 하고 조급한 상황이었기에 다른 강사를 구하게 되었다며.  어느 학교 교감선생님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셨다는 말씀도 함께 해주셨다.

아쉽다는 생각보다 교감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강의의 레벨이었는데 나에게 까지 찾아왔던 기회가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세종시였다. 강의를 하게 되었다면 가게 되었을 지역은.

정부청사가 밀집해 있는 세종시는 지금 까지 2번 가본 적이 있다.

2번 다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였는데 한 번은 회의 참석이었고, 또 한 번은 수상행사와 관련해서였다.

회의 참석과 수상, 모두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내 역할은 그저 '참석'하는 데에 의의가 있었다.

내가 아니어도 무방한, 다른 직원이 대체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참석이었기에

2시간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뿐, 그저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이번에 교육장소가 세종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두근거림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의 블로그를 인상적으로 보았고 강의 주제와 내가 잘 맞을 것 같아 연락을 주셨다는 말에서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난 '대체 불가한' 내가 되고 싶었구나!







오늘 출근길 듣는 라디오에 마흔 수업의 저자 김미경작가님이 나오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마흔 여성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중년의 울림을 주시는 그분.

자녀들이 커서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청취자의  사연에 이렇게 답하셨다.

'자녀를 키우는 목적이 빈 둥지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이제 목적을 이루었으니 꿈을 이루세요!

하고 싶은 걸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중위나이가 발표되었는데 47살이에요.

이렇게 길어진 수명 앞에서 꿈을 꾸고 다른 사람들에게 또 그 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때입니다'


뜻밖에 강의 요청으로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꼈던 내게 귀에 쏙쏙 박히는 더없이 달콤한 말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난 대학생이 되면 유학을 가보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