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었다'
사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왜 사진을 찍고 다시 사진을 찾아볼까. 단지 나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내 생생했던 기억은 휘발적이니 그 휘발성을 조금이나마 제한하려고? 사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던 내게 이 전시는 뭐랄까 그 사진을 찍고 사진을 남기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이 전시의 사진들은 한국 재개발 전 우리가 익히 아는 ‘옛날’ 마을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산을 깎아 지은 엄청나게 높은 빌딩숲 대신, 산의 경사를 그대로 두고 조목조목 모여 있는 빌라들이 있었고. 그 사이사이 골목마다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학동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있어서였을까, 한 번도 그 곳에 있지 않았고 본 적도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동요했다. 사라짐이 아쉬웠고 사진 속 사람들이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들을 남긴 작가들은, “그곳에 있었다”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사진으로서 그것이 실재했음을,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진은 조금의 왜곡을 빼면 그 무엇보다 가장 ‘사실’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니까. 사라지는 것들 그리고 소외되는 것들이 수없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 사진만큼 그 존재를 기록할 수 있는 도구는 없는 것 같다.
‘기억 풍경’. 우리의 머릿속 흐릿한 기억들이 사진으로써 실재하는 풍경이 되었다.
사진을 통해 내 마음 속에 오목렌즈를 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