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어떤 문제를 맞이하고 어디로 나아갸아 하는가_송지우
2024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는 '권리'이다.
'나의 권리를 지켜달라,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 모두의 권리는 소중하다.'
우리는 평소 '권리'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혹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권리는 과연 무엇일까?
<두산인문극장 2024: 권리 Rights>에서는 8번의 강연, 3개의 공연, 그리고 전시를 통해 3달 남짓한 시간 동안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늘은 그 첫 시작이자 첫 강연이었던 <인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연자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송지우 교수님이셨다.
강연 <인권의 미래>에서는 현재 인권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비판들과 그에 맞서 앞으로 인권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먼저 인권이란 무엇인가?
사전상 인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
- 민족, 국가, 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보편적인 권리 또는 지위
- 인권(人權, 영어: human rights)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 및 지위와 자격을 의미하는 개념
그렇지만 사전상의 정의보다 본 강연에서 강조한 인권은 '제도로서의 성격'을 지닌 인권이었다. 사람들이 쟁취해내고 또 무언가를 쟁취해내기 위해 강조하는 그러한 제도로서의 성격을 지닌 인권.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인권'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기에 어떠한 행동을 할 수 있고 더하여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기제로서 인권을 설명하고 계신 것 같았다. 사회 운동의 언어로서 인권을 정의하는 시선도 매우 인상 깊었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며 인권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을 뿐더러 당연히 누리고 있는 무언가로서 인권을 여기고 있었는데, 인권이 주체성을 지닌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권은 현재 다음과 같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1) 인권은 보편적인가?
2) 인권은 억압의 기제인가?
3) 인권은 위선인가?
4) 인권은 우리의 실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용하다.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알고 있었기에, 인권이 마주하고 있는 여러 비판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충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인권이 더이상 약자의 편에 있지 않으며, 선진국은 인권을 입맛에 맞게 사용하고 있고, 우리가 맞이한 다양한 문제를 인권으로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것.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인권 유린, 빈부 격차 등의 문제에 있어 인권이 때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나까지 위선자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앞선 비판론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은 여전히 경험적으로 유효한 기제로서 작동하고 있고, 국제 인권법 등의 제도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 남반구에서는 여전히 인권이 중요한 기제로서 여러 사회운동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송지우 교수님께선 앞으로 인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기후 위기와 경제 불평등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역할을 인권이 잘 해내느냐가 인권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권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개인을 움직이게 하고, 사회가 나아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제로 작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권의 미래>는 평소 생각지 못했던 방향의 권리를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며 자유권, 평등권 등의 기본권 뿐만 아니라 연대권, 환경권 등의 전지구적 차원의 권리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권리가 나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4월의 매주 월요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는 3번의 '권리' 강연이 남아있다. 남은 강연들에서는 또 어떤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또 어떤 반성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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