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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식상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소소한 순간들

집 밥 요리 기록자 -전재연-


“Interview Question”


1. 재연 시스터가 공유하는 홈쿡을  보면 본업이 요리사이신지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회사원임과 동시에 소소하게 인스타그램 요리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전재연이라고 합니다. 요리학교를 졸업해서 식품회사를 입사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요리이고 제일 즐거운 순간이 요리인 것은 변치 않다 보니 퇴근 후 또는 주말마다 꾸준히 하고 있어요. 학생 때부터 요리를 좋아해서 전공까지 하게 되었고 관련 직업도 가져봤지만 여러 이유로 지속하지 못하였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생각했던 요리를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2. '집 밥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집 밥’이라는 카테고리를 붙일 수 있게 된 것은 결혼을 하면서부터 인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요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전에는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들이 주였고, 제가 가끔 하는 요리들은 특별히 준비해서 먹는 날이었거든요. 결혼 후 저의 공간, 제가 관리해야 하는 주방이 생기면서 데일리로 식사를 하게 되면서 안 하던 장르의 음식도 시도하다 보니 집 밥 카테고리가 완성되어 가는 것 같네요:) 요리 계정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찍어놓은 사진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는데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의견도 듣고 소통하는 것도 또 다른 요리이더라고요. 제가 올린 레시피를 참고해 맛있게 드신 분이 있을 때 제일 기분 좋아요!


3. 이렇게 좋아하는 집 밥 요리를 누군가에게 대접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상차림은 언제인가요?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께 가서 제가 자주 해먹는 크림 파스타를 해드린 기억이 있어요. 평생을 밥, 찌개 같은 한식으로 드신 90이 되신 할머니세요. 이런 할머니에게 입에 맞으실지 걱정이 많았는데 너무 신기해하시면서 새로운 맛이라며 좋아하시고 한 그릇 다 드시더라고요. ‘이런 식으로도 나의 마음을 나눌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너무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더 자주 못해드린 게 안타까웠어요. 우리의 시간이 유한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한 번이라도 더 가서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 할머니가 크림 파스타를 맛있게 드셔주신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4. 요리를 좋아해도 매일 요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요리의 어떤 매력에 즐기고 계세요?

신선하게 준비된 재료로 요리할 때에 각각의 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색을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요. 과일의 상큼한 시트러스, 허브, 채소들의 풀 향. 이런 걸 또 이거와 함께 조리하면서 전혀 다른 풍미로 변하는 게 매력 있고 신기해요. 요리는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여유 있을 때 천천히 준비하면서 하는 요리를 좋아해요. 구상하고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고 만들어서 플레이팅까지 하는 그 과정들이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순간들이에요. 그러면서 생각을 비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저만의 시간이라고 느껴져서 행복합니다.


5. 재연님처럼 일상에 진심을 다하며 특별하게 만드는 분은 어떤 향수를 사용하는지 궁금해요.

메종프란시스 커정의 아 라 로즈 향수를 좋아해요. 장미 향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일반적이지 않은 플로럴 향에 포근함 적당한 상큼함도 있어 사계절 동안 사용해도 질리지가 않아요. 처음 맡았을 때의 향도 좋지만 뿌리고 나서 나중에 손목, 옷에서 나는 잔향은 또 다른 향인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나한테만 남아있는 향기!’라고 느껴져요.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사용했던 향수여서 계절마다 바뀌는 연도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기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6. 집 밥 요리를 즐기며 공유하는 재연 시스터의 모습은 단순히 요리를 넘어서 일상에서 찾는 즐거움을 전파하고 계신 것 같아요.

식상한 이야기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친구, 가족, 맛있는 음식, 예쁜 풍경, 익숙한 공간 등 어떻게 보면 식상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소소한 순간들이 아닐까 해요. 시간이 지나면 결혼 후 신혼집에 대한 기억으로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오를 것 같아요. 커피 머신에서 원두가 그라인딩 될 때 나는 고소한 냄새. 저희 집 현관에 둔 디퓨저 향으로 집에 들어올 때마다 ‘아 우리 집이구나’하는 포근함을 주었던 향. 손님들이 와서 북적거릴 때에 맛있는 음식과 마시던 쌉싸름하면서 달콤한 와인 냄새도요. 대부분의 기억이란 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나빴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좋았던 순간들은 더 강하게 남는 것 같아요. 크게 나쁘지 않은 매 순간들이 돌이켜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저를 미소 짓게 만들어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은 남편과 여행 가서 맛집을 찾아 맛난 것 먹고 계획없이 여유를 즐기는 여행에 푹 빠졌어요. 어떤 대단한 기쁨보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가끔의 플렉스와 금융 치료에 몹시 행복한 저입니다.




재연 시스터의 '집 밥 요리'처럼 나의 일상을 채워줄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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