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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 미세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림 작가 -민경희-

“Interview Question”


1. 미세한 감정을 그리는 민경희 작가님은 어떻게 작품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2017년에 첫 책을 출간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된 민경희라고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학교 다니면서 느꼈던 감정을 계속 기록하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일상생활 속에서 공책이나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제 감정을 메모해 놨거든요. 그것들을 모아 모아서 그림으로 풀었는데, 그림이 모여서 책을 출간하게 됐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저를 작가로 이끌게 되었죠.


2. 많은 분들이 공감과 위로를 보냈던 책이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밤' 맞죠?

네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밤’이에요. 제가 위로를 바라고 작품 활동을 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건데, 그게 독자들의 공감을 샀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세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3. 작가님의 시그니처인 말풍선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감정을 함축적으로 전달해서 여운이 많이 남아요. 이런 미세한 감정과 상황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는지 궁금해요.

이 질문은 제가 작가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해요. 저는 모든 일상에서 지금처럼 이렇게 대화하면서,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아니면 술자리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떠오르는 감정을 기록합니다.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에서 여러 구절과 좋아하는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콜라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장면에서는 이 대화가 생각나고, 여기에서는 이 대화를 넣으면 재밌겠다’ 이러면서 장면과 문장을 만들어보는 거죠. 좋아하는 장면을 그려놓고 말풍선을 완성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문장을 써두고 그림을 그려 보면서 머릿속으로 콜라주 한 다음에 그림으로 완성합니다.


4. 아무래도 작가님의 일상에서 겪은 일을 토대로 작품을 완성하면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겠어요.

제가 겪은 일도 있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는 않아요. 특히 저는 사랑 이야기를 많이 쓰는데, 제가 사랑 이야기를 되게 좋아해서 저 혼자 상상해서 많이 쓰기도 해요. 근데 아무래도 사람들은 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오해를 하는데 어쩔 수 없죠 뭐. 오해받아야죠. 제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인데 제 이야기인 것처럼 빌려서 쓰기도 하고, 영화나 책에서 영향을 받아 상상한 것들도 있긴 한데, 사실 그렇게 일부러 그렇게 하기도 해요. 제 이야기인지 아닌지 모르게.


5. 작가 민경희의 향기가 궁금해요. 어떤 공간의 향기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하세요?

아무래도 사용하는 매체가 다양하다 보니까 작업실에서도 다양한 냄새가 나요. 아크릴이나 유화 같은 것은 확실하게 냄새가 나거든요. 아크릴 냄새는 굉장히 무겁고 꾸덕한 냄새가 나고, 유화는 확실히 기름냄새가 나요. 저는 마카도 쓰는데 마카는 알코올의 화한 냄새, 색연필은 텁텁한 냄새가 나요. 어떻게 보면 향기라기보다는 공장에서나 맡을 법한 그런 냄새들인데 저는 이 냄새를 맡을 때마다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느껴요. 캔버스 위에 부드럽게 칠하기 위해서 제소라는 것을 칠해요. 제소를 칠하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는 썩 유쾌한 냄새는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흰색으로 제소를 칠하면서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요. ‘이제 새로운 그림을 캔버스에 시작하는구나.’ 제가 작가가 된 느낌(?)이 실감 나는 순간이에요. 이미 작가지만 진짜 작가가 된다는 느낌을 이 과정에서 느끼는 거죠. 이런 감정은 부담감을 가지게 하면서도 동시에 ‘잘 그릴 수 있겠다. 잘 그릴 거야!’ 하고 다짐을 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리고 작품을 그리기 전, 물감 재료를 확 짤 때 올라오는 냄새를 맡으면 설레는 감정이 커요. ‘아 이제 진짜 시작해야 된다.’라고 마음먹게 되는 냄새인 것 같아요. 이제 붓만 잡으면 바로 칠할 수 있는 시작 단계에서 느끼는 설레는 감정이 커요.


6. 사람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이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계시는데요. 최근에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인 욕심이긴 한데 사람들한테 다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원래 생각했던 저의 모습은 사람들한테 다정한 모습이고 그런 모습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바빠지면서 제 마음 챙기기만 신경 쓰다 보니 좀 더 친한 사람들한테는 무정할 때가 있더라고요. 뭔가 동료분들이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만, 친구들처럼 익숙해진 관계한테는 좀 더 매정해지는 모습이 썩 유쾌하지 않은 거예요. 제가 바쁘다면서 저만 챙기는 그런 모습들이요. 근데 점점 이런 모습이 더 굳건해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요즘이에요. 그래서 주변에 정말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속물적인 다정함이 아니라 진심으로 더 다정하게 대하는 그런 중도를 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7. 앞으로 어떤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실 건가요?

앞으로는 계속 그림 전시가 있어서 준비를 해야 하고, 책도 내야 해서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몸을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건강을 열심히 챙기면서 동시에 작업을 잘 해보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2023년도 겨울이 목표인데, 이때 나왔으면 좋겠네요. 기본적으로 제가 예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술을 계속할 것 같아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어렵더라고요. 무지했던 시기일 때는 ‘나 잘한다. 나 잘할 수 있다. 나 짱이다.’ 이렇게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예술이고 계속 짝사랑하는 느낌이에요. 응답을 잘 안 해주는 느낌이어서 계속 힘들어요. 그런데 사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다시 한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고 제가 지금 그런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이 시기가 생각보다 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정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계속해보고 싶은 것이 많거든요.


민경희 시스터의 제소칠처럼 나에게 무언가 시작을 알리는 설레는 향기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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