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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올로지는 향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저와 닮았어요

[sisology x 민경희] 작가 -민경희-

“Interview Question”


1. 시스올로지 X 민경희 프로젝트에서 향기를 작품으로 표현해 주고 계신데,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시스올로지와 제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공기 같은 것들을 본인만의 색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림과 글로 사람들의 관계 속 감정을 표현하고 있고, 시스올로지는 향으로 표현하고 있죠. 이 부분이 굉장히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스토리가 담긴 시스올로지의 향기를 제가 풀어 나가고자 하는 것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제 몫이죠.


2. 향기를 작품으로 표현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하며 작품을 완성하셨어요?

‘향을 맡으며 이미지를 생각할 때 이런 장면이 떠오른다’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기에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작품을 보시면 향에 들어간 재료들이 그림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나누는 이야기엔 활기와 안정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적어 내려가기도 했어요. 제가 경험하거나 상상하고 가공한 이야기들 속에 개인의 이야기들을 빗대어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3. 각 향기에 대한 작품을 직접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에뜨레 뚜아


에뜨레 뚜아부터 설명을 드릴게요. 에뜨레 뚜아 향기를 맡으면 행복한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 행복한 경험들은 내가 성취했을 때의 행복감, 비로소 나 자신이 되었을 때의 행복감이에요. 그 주관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엇이든 내가 주가 될 수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이야기를 써냈죠. 그림에서 잘 찾아보시면 프리지아 꽃, 납작 복숭아, 장미 등 향수에서 느껴지는 향기 노트로 이 분위기를 표현해 봤어요.



르 델라


제가 어디서 보았던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요.,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드디어 봄이 온단다”라는 문장을 굉장히 좋아해요.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 자만이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도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난 감정들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의 마음, 그리고 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첫사랑”이라는 이 작품은 거리에 앉아있는 사랑스러운 커플을 보면서 자신의 지나간 사랑에 대한 추억이 빗대어지는 모습이에요. 추억은 추억대로 넣어두고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죠. 일랑일랑이라는 꽃 같기도 한 허브를 옷 표현으로 넣어보았아요. 그리고 오렌지 계열의 느낌들을 살리고 싶어서 배경이 조금은 오렌지스럽기도 하고요.



온 더 소파


온 더 소파는 첫 향이 사랑스러운 향이 나더라고요. 근데 가면 갈수록 마냥 사랑스럽지만은 않은 복잡한 사랑의 느낌이 나요. 그런 연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드비쉬의 달빛이라는 곡이 생각나기도 해서 이런 배경으로 푸르스름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차가운 달빛이 침대 위에 만들어낸 잔물결에 기대어 백합이라는 차가운 꽃 아래에서 연인이 서로의 살을 맞대고 있는 관능적인 순간을 표현해 보았어요. 어딘지 모를 복잡한 사랑의 관계요. 



딥 다운


딥 다운에서는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공허함이 떠올랐어요. 어른이 되면서 점차 나도 모르게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멀어지는 등 그 과정에서 마음속으로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생기잖아요. 근데 그게 어쩔 수 없이 성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제 자신이 온전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딥 다운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목질화’는 식물의 연한 줄기가 바람에 반복적으로 흔들리면 나무처럼 변하며 단단해지는 현상이에요. 가장 편안하고 좋아하는 모습으로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확고해지죠. 딥 다운의 나무 향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느끼며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되었네요. 싱그러운 무화과와 창밖의 숲 풍경으로 긍정적인 마음과 어두운 마음의 대비를 표현하고, 편안하게 휴식하며 조금은 성숙하게 어른이 되어가는 대사를 넣어보았어요. 



4. 작가님은 비교적 다른 어른들보다 방황하는 시기를 넘어서 더 일찍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나아가시는 것 같아요.

그 방황하던 시기가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 저를 힘들게 하던 것과 스스로 힘들던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로 써냈던 건데 그게 저의 어떤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5. 이번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향수를 좋아하지만 향수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한다는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함이 있어서 혼자 서점에 가서 향수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 몇 권을 구매하기도 했거든요. 향수의 기초부터 혼자 쭉 읽어봤어요. 저 그런 것 좋아하거든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 어느 정도 향수에 대해서 알아보고 습득한 뒤, 시스올로지 향기에 대한 정보를 요청드려서 시스올로지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죠. 그제야 시스올로지 향기를 맡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작업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 향수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서 혼자 서점에 찾아가서 찾아보고 부담감을 크게 가지고 프로젝트에 임했는데 보다 더 재밌게 진행했네요.


6. 4가지 작품을 그리면서 정말 향기를 많이 맡으셨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떤 향기가 가장 좋으세요?

네 처음 미팅 할 때 향수를 모두 소개해 주셨잖아요. 그때, 우디 계열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처음에는 딥 다운 향기가 가장 좋았어요. 제가 느끼기에 딥 다운은 좀 스파이시하고 중성적인 향이 나더라고요. 저는 그런 향을 좋아하거든요. 너무 여성스럽거나 남성스러운 향보다는 중성적이면서도 묵직한 향이 좋은데 그 향이 딥 다운이었어요. 처음에는 그 향기가 많이 좋았다가, 이제는 모든 향을 계속 뿌려보고 사용하면서, 르 델라 향이 더 매력 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르 델라의 핑크 페퍼와 오렌지 블라썸이 주는 우아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요즘에는 르 델라를 많이 뿌리고 다녀요. 초반에는 딥 다운이었는데, 요새는 르 델라를 많이 뿌리고 다닙니다. 

7. 많은 분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서 공감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멋진 작품을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처음에 제안 주신 기획안이 너무 신선했어요. 그래서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시스올로지 팀에서 정말 열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셨어요. ‘진심을 다하시는 분들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멋있는 팀이다’, ‘마케팅부터 시작해서 향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렇게 뭔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도 그 순간 하나의 동료가 된 느낌이었죠. 작가와 프리랜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일할 때가 많은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동료 의식을 느끼게 돼서 되게 재밌고 좋았어요. TMI 이기는 한데, 제 모토이자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일이 되게 하자” 거든요. 어떻게든 일이 되게 하자는 마인드를 좋아해요. 김성근 야구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와닿았던 말이 있어요. “돈 받으면 프로다”라는 말을 되게 좋아해요. 돈 받으면 프로라는게 무슨 말이냐면, 프로면 일을 잘 해야죠. 일을 할 만큼 더 잘해야 하고, 일이 되게 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민경희 작가처럼 여러분들은
언제 어른이 되어 간다고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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