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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갤러리 큐레이터 -신가영-


“Interview Question”


1. 전시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저는 울산에서 태어나서 대학교를 가기 전까지 계속 울산에 살았어요. 고향에서는 전시를 본다거나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놀랍게도 20살에 부산을 오기 전까지는 전시를 본 적이 없었죠. 처음에는 수제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점점 전공을 지속할수록 행복하지 않았어요. 디자인에 재능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고 ‘이게 맞나? 이걸로 평생을 먹고 살아야 한다면, 나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연속이었어요. 어찌어찌 졸업은 했지만 취업을 생각하니 너무 막막했어요. 그러다 졸업 후 떠난 유럽 여행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바티칸 투어 중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는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어요. 뭔가 압도 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옛날부터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 때 본능적으로 ‘아, 나는 이런 일을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결심하고서도 ‘이런 일’의 정체를 몰랐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여행 가이드인 건가?’ 생각하기도 했죠. 그러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건용 작가님의 ‘이어진 삶’ 전시를 보게 되었고 이런 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만드는 건지 궁금해지면서 그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꿈을 키우고 경험이 될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던 것 같아요. 돈이 되든 안 되든 배울 수 있다면, 그 세계의 발끝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바닥을 칠 때도 있었지만 참고 버틴 덕에 지금의 오브제후드를 만나 일도 하고 시스올로지와 좋은 인연을 맺어 감사한 제안을 받기도 한 것 같아요 :‑)



2. 처음 시작할 때의 큐레이터 신가영과 지금의 모습에서 다른 점이 있을까요?

처음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에는 그저 좋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점점 일을 하다 보니 단순히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라는 한 사람의 생각과 철학을 듣고 그가 표현해낸 창작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소통, 어쩌면 치유를 선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감사한 기회라는 생각도 했어요. 일을 지속할수록 끊임없이 배우고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고 스스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방향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현재는 그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3.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갖게 되며 힘든 순간은 없으셨어요?

매번 전시를 기획할 때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해요.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좋아해 주실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하기도 해요. 어떨 때에는 오픈 전 시트지 작업을 하면서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끼기도 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입사한지 3개월쯤 됐을 때 공예와 회화가 어우러진 성격의 페어와 기획전을 준비했어요. 함께 일하던 동료가 퇴사하고 혼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참여 작가가 많아서 고군분투하며 컨택하고 준비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라 작은 실수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실수가 없도록 일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그땐 정말 매 순간이 막막하고 실수에 대한 걱정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을 다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에요. 이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힘들었지만 막상 준비를 마치고 페어와 전시를 끝내고 나니 뿌듯함과 성취감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때 한 번 더 확신했던 것 같아요. 드디어 내가 힘든 순간을 견딜 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았구나!




4. 큐레이터 신가영이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정말 감사하게도 오브제후드에서 일하면서 저를 기억해 주시고 매 전시마다 찾아오셔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들도 생겼어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면서 가까워진 소중한 인연이에요. 때때로 쿠키, 사탕, 책 등등 물건을 통해 마음을 건네어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어떤 방법이든 저라는 사람에게 마음을 건네어 주시는 것이 너무도 큰 힘이 돼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군가를 만나 친해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인연을 맺고 응원을 건네며 노고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겼다는 게 굉장히 든든하고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D



5. 항상 작품과 함께하는 신가영 시스터는 어떤 향기를 사용하나요?

필로소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매그놀리아 퍼퓸을 좋아해요. 튀지 않지만 독특하게 매료되는 향을 가지고 있어요. 평소 플로럴 계열의 향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프리지아, 장미, 백합 등 은은하면서 달콤함이 한 스푼 첨가된 듯한 향을 좋아해요. 대체로 그런 향이 저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보통 필로소피 향수 쓰시는 분들이 발레로즈를 많이 쓰셔서 매그놀리아 향을 모르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점도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스스로와 가장 잘 어울리면서 희소성 있고 질리지 않아서 제일 많이 쓰는 제품이에요 :) 예전부터 주변에서 잘 쓰지 않는 향수를 선호했던 것 같아요. 베르사체 브라이트 크리스탈 앱솔루도 주변에서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사용했는데 필로소피도 마찬가지예요. 두 향수 모두 플로럴 계열이고 은은하지만 그 향이 가지고 있는 우아한 아우라가 있어요. 그게 고스란히 스며들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타인에게 저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향이 모두 은은하다 보니 발향이나 지속력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제가 향수를 부지런히 중간중간 뿌리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잔향까지도 좋은 향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두 제품 모두 만족스러웠고 필로소피의 잔향이 살 냄새처럼 자연스러워서 오랫동안 썼답니다 :‑)



6. 가영 시스터는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성공에 대한 욕망이 너무도 컸어요. 학창 시절 지금 제 나이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에는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너무도 성공해서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 커리어 우먼을 상상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성공에 대한 욕심을 버리진 못했죠. 좋은 곳에 취업해서 멋지게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막상 다가오는 현실은 실패의 순간들이 더 많았어요. 그러다 문득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왜 성공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걸 알고 생각을 바꾸었어요. 예전에는 무조건 크고 빛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그 빛을 스스로 내지 못한다면 혼자가 되었을 때 빛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작지만 스스로 빛을 낼 줄 아는 탄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삶의 작은 목표로 자리 잡았죠. 직업을 지속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직도 인정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인정받기 이전에 스스로가 탄탄하고 내실 있는 사람인지 돌아보게 돼요. 늘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속을 채우고자 다짐합니다.




가영 시스터처럼 본능이 이끄는 대로 도전하고 몰입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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